‘화성 참사’로 드러난 파견 노동시장의 이주노동자

2024.06.27 17:37 입력 2024.06.28 16:27 수정

지난 25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25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참사’로 그간 산업단지 파견 노동시장에서 일해왔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이주노동자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동포 노동자가 이번 참사로 가장 많이 목숨을 잃었다. 이주노동자 노동인권 논의가 임금체불, 비닐하우스 숙소 등을 넘어 파견노동 등 불안정 노동 영역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27일 “사망자 23명의 신원 확인이 모두 완료됐다”며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 1명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숨진 이주노동자 18명의 체류자격은 재외동포(F-4) 비자 12명, 방문취업 동포(H-2) 비자 3명, 결혼이민(F-6) 비자 2명, 영주(F-5) 비자 1명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특정활동(E-7), 비전문취업(E-9), H-2 비자 등 취업자격이 있는 체류외국인은 56만4443명이다. F-4, F-5, 결혼이민(F-6) 비자 등 취업활동 제한을 받지 않는 체류외국인은 93만7378명이다. 비자 유형 중 가장 인원이 많은 것은 재외동포 비자(54만5724명)로 비전문취업 비자(32만5959명)보다 많다.

이주노동자 중 동포 노동자 숫자가 가장 많은 만큼 이번 참사 희생자 명단에도 동포 노동자가 많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외동포·방문취업 동포 비자는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 비자와 달리 파견 등 민간 고용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인력난이 심각한 산업단지 소규모 업체들은 직접고용 대신 파견 노동자를 활용하려는 점이 맞물려 파견 노동시장에서 동포 노동자가 늘어났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엔 공식적 경로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인력공급업체를 찾는다.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반월시화산업단지의 경우 파견 노동자 대다수는 이주노동자이며 국적별로는 재중동포, 고려인, 동남아시아 등의 순서”라며 “서울에서 제조업이 쇠퇴하니 가리봉동에 있는 재중동포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파견 노동시장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예전에는 인력난을 겪는 산업단지 소규모 사업체들이 파견업체를 통해 내국인 고령 노동자를 공급받았다”며 “하지만 고령 노동자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보니 그 자리에 이주노동자들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단지 파견 문제는 파견 자체의 문제로만 여겨진 측면이 있는데 이번 참사로 파견 노동자 중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라는 것이 드러나게 됐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이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