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저질·거짓·선정적… 언론의 원칙 다 버렸다

2011.12.02 21:41

지난 1일 개국한 조선·중앙·동아 종합편성채널(종편)은 첫날 방송에서 수준 이하 콘텐츠와 편성, 선정적 보도, 사실 왜곡 등 저널리즘 본령을 벗어나는 보도행태를 모두 보여줬다. 조·중·동 종편 3사의 개국 첫 인터뷰 인물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였다. 프로그램 형식도 대본대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은 뒤 정치인이 사후 편집을 요구할 수 있는 사전 녹화였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첫 인터뷰 대상이 보수 세력의 차기 대권주자라는 사실은 보수적 가치를 확대재생산하는 역할에 그칠 종편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종편이 기존 형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보도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며 “그러나 종편 뉴스는 박 전 대표 인터뷰 내용을 다시 전하는 등 참신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채널A(동아)는 1일 밤 메인 뉴스와 2일 오전 뉴스에서 방송인 강호동씨의 일본 야쿠자 연루 의혹을 보도했다. 선정적인 뉴스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연예인의 23년 전 일을 무리하게 보도한 것이다.

종편은 또 개국특집 프로그램에서 자사의 과거를 미화하고 개국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채널A는 <18년의 전설 ‘여기는 동아방송입니다’>에서 동아방송이 독재정권에 탄압받았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JTBC(중앙)는 TBC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하다가 언론 통폐합으로 문을 닫았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JTBC는 편성 시간을 메울 콘텐츠가 부족해 TBC 시절 프로그램인 <쇼쇼쇼>와 드라마 <청실홍실> 등 1970년대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다.

조·중·동은 2일 자사 신문에 전날 방송 내용을 받아썼다. 조선은 박 전 대표가 전날 TV조선 <최·박 시사토크쇼 판>에서 했던 발언을 인용해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5면 톱기사에선 방송에서 사회자와 박 전 대표가 주고받은 질의·응답을 아예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중앙도 2~3면을 박 전 대표 인터뷰에 할애했고 4~5면엔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와 JTBC 개국쇼 진행을 맡은 연기자 김희애씨 인터뷰 등을 보도했다. 동아 역시 박 전 대표와 채널A의 인터뷰 내용을 크게 보도하고, 강호동씨 기사도 1면 하단에 썼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종편은 수준 낮은 조·중·동의 콘텐츠를 수준 이하의 방송으로 재생산하는 채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방송 제작은 신문 제작보다 시간과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하는데 종편은 신문 만들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최저의 비용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편성 시간을 때우고 광고 매출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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