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울린 5·18유가족 김소형씨 사연…갓 태어난 딸 보러 광주 왔던 아버지 사망

2017.05.18 16:43 입력 2017.05.18 17:09 수정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눈물짓게 만든 유가족 김소형씨(37)의 사연은 5·18의 비극이 응축돼 있다.

김씨는 기념식 기념공연 1부로 준비된 ‘슬픈 생일’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녀의 생일은 1980년 5월18일. 금남로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그날은 전남대 정문에서 학생들이 계엄군의 무차별인 진압으로 피를 흘리는 것을 본 시민들이 분노하면서 항쟁이 도화선이 된 날이었다.

김씨의 아버지 김재평씨는 김씨가 태어 난지 나흘 만에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 살며 완도수협 직원이었던 김씨의 아버지는 첫 딸의 출산 소식을 듣고 광주에 왔다. 그는 광주 서구 쌍촌동 친척집에 머물며 출산한 부인과 딸을 돌봤다.

하지만 1980년 5월22일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았다. 당시 김씨의 아버지는 주택가까지 날아든 계엄군 총탄을 막기 위해 솜이불을 꺼내 창문을 가리던 중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당시 검시조서에는 김씨의 아버지가 5월22일 오후 5시50분쯤 국군광주통합병원 인근에서 M-16총상을 입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부인 분만을 위해 래광하여 서구 쌍촌동 번지불상의 친척집에 유숙중 피격”이라며 당시 상황도 비교적 자세히 적혀 있다.

김씨는 이날 읽은 편지에서 “5·18은 제가 이 세상에 왔던 기쁜 날이기도 하지만 제 아버지를, 제 어머니의 남편을 빼앗아간 슬픔이기도 하다”며 흐느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제 당신보다 더 커버린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됐다”며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주셨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김씨의 편지 내용을 들으며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김씨는 이날 기념식이 모두 끝난 뒤 아버지 묘소를 찾았다. 김씨는 “5·18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줬으면 좋겠다. 제 아버지는 여기 누워계시지만 행방불명돼 아직도 찾지 못한 분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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