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으로는 4년 만에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5·18 유가족의 사연에 눈물을 흘렸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마친 뒤 진행된 추모행사를 보던 중 1980년 5월18일 자신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다 희생당한 아버지를 둔 유가족 김소형씨(37)를 포옹하며 위로했다.
김씨의 아버지 김재평씨는 전남 완도에서 일하던 중 당시 김씨의 출산 소식을 듣고 광주에 소재한 병원에 가던 중 희생됐다. 김재평씨는 5월22일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씨는 문 대통령의 기념사 후 이어진 기념식에서 “철 없었을 때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때로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빠와 엄마는 지금도 참 행복하게 살아계셨을텐데”라며 “하지만 한 번도 당신을 보지 못한, 이제 당신보다 더 커버린 나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주셨음을. 사랑합니다, 아버지” 라고 말했다. 말을 잇기 어려울 정도로 흐느끼며 편지를 읽던 김씨가 퇴장하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하는 김씨를 뒤쫓아가 악수를 한 뒤 한동안 포옹을 하며 위로했다. 김씨는 한동안 문 대통령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청와대는 이날 기념식에 보다 많은 국민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좌석 4000석을 2000석으로 줄이는 등 좁은 공간을 활용하고, 검색대를 통과한 국민 누구나 기념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기념식에는 가수 전인권씨와 권진원씨가 참석해 ‘상록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김씨의 아버지인 김재평씨의 묘역과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윤상원 열사의 묘역을 김종률 작곡자와 함께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