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낙태죄, 여성 건강권 중대 침해…재검토해야” 헌재에 공식 의견 제출

2018.05.23 11:36 입력 2018.05.23 12:08 수정

여가부, “낙태죄, 여성 건강권 중대 침해…재검토해야” 헌재에 공식 의견 제출

여성가족부가 “낙태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오는 24일 헌재에서는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형법 조항이 위헌인지 가리는 첫 공개변론이 열린다. 정부 부처가 낙태죄에 대해 사실상 ‘폐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가부는 의견서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두 차례나 ‘낙태를 비범죄화하고 낙태한 여성에 대한 처벌 조치를 없애도록 요청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임신중절을 더 폭넓게 허용하고 임부의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절차를 마련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수단을 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절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 낙태를 한 여성과 수술을 한 의료진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형법 269조 1항에는 ‘부녀가 낙태한 때에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270조 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여가부는 두 조항이 규정하는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여가부는 “현행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서, 낙태 건수를 줄이고 태아의 생명을 모호한다는 방법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근거로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간 약 17만 건의 인공임신중절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기소되는 건수는 연간 10여 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사문화된 법이 끼치는 부작용도 언급했다. 여가부는 “낙태죄의 처벌 대상이 ‘부녀’와 ‘낙태하게 한’ 자에게 한정되고 임신중절 과정에서 배우자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이 조항이 남성에 의한 협박이나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설명했다. 가정폭력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아내와 의사를 낙태죄로 고발한 등 사례를 보면 낙태죄는 “오작동 하고 있어 적정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여가부는 지적했다.

여가부는 또 “임신 24주가 지나면 어떤 예외 사유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여성이 불법 임신중절 수술을 감수하도록 함으로써 여성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시술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여성이 의사에 의한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것을 어렵게 함으로써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해 2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인지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하고 있다. 헌재는 2012년에는 270조 1항에 대한 위헌여부를 심리하고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 여가부는 낙태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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