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제3의 길’로 가나

2018.05.25 06:00

|생명권·여성 자기결정권 절충

|재판관 다수 ‘낙태 제한적 찬성’

|5명 9월 퇴임, 그 안에 결정할 듯

낙태(임신 중단)를 범죄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4일 공개변론을 열면서 ‘낙태죄’ 존폐 여부가 결정적 분수령을 맞고 있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상당수 헌법재판관들이 낙태에 대해 ‘제한적 찬성’ 입장을 밝힌 데다, 청와대도 공론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낙태 수술을 한 의사 등을 처벌하는 형법 2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헌재는 2011년 이 규정들에 대해 공개변론을 연 뒤 이듬해 4(합헌) 대 4(위헌)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 공개변론인 것이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최근 들어 더욱 들끓고 있다. 2016년 10월 수백명이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검정 옷을 입고 모여 시위를 벌이며 확산되기 시작한 낙태죄 폐지 운동은 “여성은 기계가 아니다”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구호 속에서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헌재의 분위기도 이전과 다르다. 지난해 11월 약 23만명의 시민이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하자 조국 민정수석이 “이제는 태아 대 여성, 전면 금지 대 전면 허용식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며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이에 정부는 현재 낙태 허용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를 두고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논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정부부처로는 처음으로 헌재에 “낙태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이진성 헌재소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존의 ‘태아 대 여성’ 대립 구도를 떠나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있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이 했듯이 (임신 후) 일정 기간 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이수·유남석 재판관도 “임신 초기 단계에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이번 헌재의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이 소장을 비롯해 김이수·강일원·안창호·김창종 재판관 등 5명의 임기가 오는 9월19일 만료되기 때문에 헌재가 그 전에 결정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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