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된 미세먼지

병원 북적·단축 수업·온라인 쇼핑…시민들의 힘겨운 ‘미세먼지 살이’

2019.03.06 21:15 입력 2019.03.06 22:24 수정

마스크 동나고, 병원선 “콧물 계속 흐르고 눈도 아파” 호소

외출 자제하는 시민들, 인터넷 거래·배달 음식 주문 ‘급증’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이어진 6일 잿빛으로 뿌연 서울 서초구의 한강시민공원에는 야외에 나온 사람이 드물어 썰렁한 모습이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이어진 6일 잿빛으로 뿌연 서울 서초구의 한강시민공원에는 야외에 나온 사람이 드물어 썰렁한 모습이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이비인후과에는 환자 10여명이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틈타 병원을 찾았다. 환자 중 절반 정도는 황사마스크를 썼다. 이들은 자리에 앉아서도 이따금씩 몸을 들썩이며 기침을 했다. 직장인 고모씨(34)는 “콧물이 계속 흐르고 재채기가 심해 점심을 건너뛰고 진찰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다른 환자 김모씨(73)는 “미세먼지로 뿌옇게 공기가 안 좋은 날은 병원을 찾는다”며 “바깥에 나오면 기침이 나오고 집 안에 있어도 목이 칼칼해 괴롭다”고 말했다.

이 병원 원장은 “지난주부터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 인후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전체의 90% 이상”이라며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에 절대적인 영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미세먼지 때문에 오히려 바깥에 나오지 않고 집 안에 숨어 있는 환자도 많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안과에도 환자 서너 명이 있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최근 눈이 불편하다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며 “미세먼지 영향 때문이라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처방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안과를 찾은 환자 송모씨(27)는 “눈에 다래끼가 난 것처럼 이물감이 들고 가렵다”며 “손으로 비비면 아플 것 같고 뉴스에서도 비비지 말라고 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미세먼지를 막는 황사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이날 광화문광장 인근에서는 마스크를 쓴 시민이 쓰지 않은 시민보다 많았다. 서울 마포구 한 약국에서 ‘원 플러스 원’ 판매 행사 중인 황사마스크는 이날 오전 모두 동이 났다. 약국마다 다양한 종류의 황사마스크를 이것저것 꼼꼼히 살펴보며 고르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이 약국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미세먼지가 악화돼 황사마스크가 평소보다 최소 2배 이상 팔렸다”며 “미세먼지가 없는 평소에는 하루에 1~2개 팔리는데 지난주에는 하루에도 수십개가 팔려나갔다”고 했다. 대학생 유모씨(26)는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데 서울 시내를 보면 희뿌옇게 흐려져 있어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장 몸이 아프지 않아도 마스크를 안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씨(31)는 “먹고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매일 출근은 하는데 하늘이 먼지로 가득하니 기분이 찜찜하다”며 “요즘은 여자친구를 만나도 바깥에서 놀기보다는 집에서 TV를 본다”고 했다.

서울의 14개 학교는 이날 미세먼지로 하교시간을 1시간 앞당긴 단축수업을 했다. 강북중 등 8개 중학교와 영등포고 등 6개 고등학교다. 전국에 초미세먼지 경보·주의보가 발령돼 전국 학교가 ‘휴업’할 수 있었지만, 실제 휴업한 학교는 없었다. 교육당국의 ‘학교 미세먼지 대응기준 통합매뉴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미세먼지) 경보·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학교장 재량에 따라 휴업을 결정할 수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관계자는 “학사일정도 문제지만 학부모가 아이를 맡길 대체시설이 없어 현실적으로 휴업은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체육수업의 경우 운동장 대신 강당이나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세먼지는 온라인쇼핑의 모습도 바꿔놨다. 시민들은 미세먼지를 피해 집 안으로 숨었다. 음식 서비스의 온라인 거래가 급증했고 공기청정기 등 오염방지 가전제품이 잘 팔렸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9년 1월 온라인쇼핑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9% 증가한 10조7034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음식 서비스 거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0.0% 급증해 시민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배달음식을 많이 주문해 먹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전·전자·통신기기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4.1% 늘어난 1조59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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