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여성을 물건으로 소비하는 절망적인 사회, 엄중한 처벌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왔을까”

2020.04.20 06:00 입력 2020.04.20 18:16 수정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국회·법원 앞 릴레이 시위

<b>‘n번방’ 가해자 강력처벌 촉구</b> 시민들이 텔레그램 ‘n번방’ 가해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하며 국회·법원 앞에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제공

‘n번방’ 가해자 강력처벌 촉구 시민들이 텔레그램 ‘n번방’ 가해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하며 국회·법원 앞에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제공

지난 13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청사 정문 앞. 한 여성이 양손에 팻말을 들고 사람들을 향해 섰다. “버닝썬, 김학의, 그리고 n번방”,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 여성은 주부 김수정씨(44)다. 트위터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계정에서 국회와 법원 앞 1인 시위를 할 시민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서울 상계동에서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의 엄마이기도 하다. 김씨는 “n번방에 참여한 남성들의 인원수, 남성들이 아이들을 착취한 방식을 보고 분노했다”고 했다.

“(n번방 사건을 보면서) 여성이 사람이 아니라 소비되는 물건이 된 느낌이었어요. 이미 너무 오랜 역사를 통해 여성들이 싸워왔는데 하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두렵고 무서웠어요. ‘여자가 사람인가, 여자에게 영혼이 있는가’ 이런 이야기를 400~500년 전에 신학자들이 심각하게 토론했다고 하잖아요. 근대의 남자들이 여자를 타자화했던 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도 똑같은 거예요.”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김수정씨가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 ‘버닝썬 김학의 그리고 n번방’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유설희 기자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김수정씨가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 ‘버닝썬 김학의 그리고 n번방’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유설희 기자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실은 형량 강화가 아니면 변화가 힘들다는 일종의 ‘절망’에서 나온 것이었다.

“조주빈 등 주도한 사람들이 다 10대, 20대예요. 그동안 저는 ‘이 남성들과 앞으로 어떻게 같이 살아가지?’ ‘이 사람들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설득하지?’ 생각을 했었는데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건 그냥 범죄인 거예요. 형량으로 세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이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화하고 교육하기에는 너무나 오래 노력해왔는데 그런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번 사건으로 절감했어요.”

김씨는 앞으로도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딸을 위해서라도 사회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 새끼만 건강하게 키우는 건 소용이 없어요. 결국 이 아이가 살아가는 사회가 건강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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