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만 부양의무자가 시부모?”…인권위 시정 권고, 질병청 수용

2021.11.01 13:13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 이준헌 기자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 이준헌 기자

질병관리청이 성별에 따라 부양의무자를 다르게 정한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지침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였다.

인권위는 질병청이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자를 선정할 때 성별에 따라 부양의무자를 다르게 한 지침을 개정해 2022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이행계획을 회신했다고 1일 밝혔다.

진정인 A씨는 희귀난치병을 진단받고 보건소에서 의료비를 신청하려다 시부모의 소득내역을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기혼여성은 시부모가 부양의무자가 되기 때문이다. A씨는 “희귀난치병에 걸린 사실을 시부모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데도 위 제도로 인해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부당하고 남성과 달리 여성은 배우자의 부모를 부양의무자로 정하는 것이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며 2019년 8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이 지정한 926개 희귀질환과 24개 중증난치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비 신청자는 소득·재산조사 결과에 따라 대상자로 선정된다. 여기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의 부양의무자 가구 산정기준이 적용된다. 여기에 더해 여성 신청자가 ‘출가’한 경우 친정 부모는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고 시부모가 포함되도록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는 사람’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결혼한 남성 신청자의 경우 장인, 장모가 부양의무자에서 제외된다. 질병청은 “이 사업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의 부양의무자 가구 기준을 따르고 있어, 이를 변경 및 적용하는 것은 준용기준에 어긋나고 민원 발생 소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은 부양의무자를 1촌 직계혈족으로 정하고 있고 수급권자의 성별과 무관하게 수급권자의 친부모가 부양의무자가 되는 반면, 이 사업은 자체적으로 ‘부양의무자에서 제외되는 사람’ 조항을 마련해 적용함에 따라 남성은 그 부모가, 여성은 시부모가 부양의무자가 되므로 양 사업의 부양의무자 적용기준은 동일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인권위는 기혼 여성의 부양의무자를 시부모로 정하는 것은 여성이 혼인을 통해 배우자의 가족집단에 적을 올리는 ‘호주제도’에 근거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해 관련 지침을 개정하라고 지난 4월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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