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론스타 배상액 2900억…정부 “판정 불복”

2022.08.31 21:14 입력 2022.08.31 21:15 수정

‘외환은행 매각 지연’ 6조 소송

ISDS, 4.6%만 인용…일부 패소

이자 포함 땐 3000억 훌쩍 넘어

한동훈 “취소·집행정지 신청”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10년 동안 다툰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에서 31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약 2900억원)를 배상하라는 일부 패소 판정을 받았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금융당국이 ‘부당한 압박’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이날 법무부에 보낸 판정문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주장 일부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2억165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가 청구한 전체 손해배상액 46억7950만달러(약 6조3000억원)의 약 4.6%이지만 핵심 쟁점인 ‘부당한 압박’ 부분에서 상당한 책임을 인정한 배상액이다. 여기에 더해 중재판정부는 2011년 12월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도 배상하라고 했다. 법무부는 현재 기준 이자를 약 185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정부가 배상해야 할 금액이 총 31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이다.

론스타는 2003년 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지분 51%)을 인수했다.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외환은행 매각 계약(60억1800만달러)을 맺었지만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검토하는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2008년 HSBC가 인수를 포기했다. 론스타는 2010년 하나은행과 4조6888억원에 매각 계약을 했지만 한국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아 2012년에야 3조9156억원에 팔았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 설립한 유령회사 8개 법인 명의로 한국 정부에 ISDS를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한국 정부(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두 차례 부당하게 미루는 바람에 외환은행 가격이 떨어져 론스타가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였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국내 법령에 규정된 매각 승인 심사 기간을 넘겨 한국-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BIT)을 위반했고, 매각 가격을 낮추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낮추라고 압박하면서 매각 승인을 지연해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론스타와 HSBC 사이 계약에 대해선 투자보장협정이 발효된 2011년 3월27일 이전의 행위여서 중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했다. 다만 론스타가 벌인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2011년 대법원 유죄 판결을 보면 론스타에도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떨어진 책임이 50% 있다고 판단해 떨어진 가격의 50%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정부는 판정 취소와 집행정지 신청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론스타의 청구액보다 많이 감액됐지만 이번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한 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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