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직원 혼내며 강제 녹음…김용원 ‘직장 내 괴롭힘’ 논란도

2024.06.13 21:25 입력 2024.06.13 21:51 수정

‘막말’ 위원 내부서도 갑질

김 상임위원 ‘채 상병 자료 공개’ 따지며 민감한 정보 요구
거부당하자 심문하듯 압박…사무총장은 “괴롭힘 해당” 주장
김 “전무가 상무 불러 다그친 게 직장 내 괴롭힘인가” 반박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자료 제출에 난색을 보인 인권위 사무처 직원을 질책하며 ‘확인서’를 요구하고, 녹음기를 들이대며 심문하듯 답변을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원은 “녹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김 위원은 녹음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은 이런 행위를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상임위원으로서 정당한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은 13일 열린 제12차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김 위원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직원이 7월까지 병가를 내 못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임위에서 오간 발언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은 김 위원이 정보공개청구로 일반에 공개된 ‘고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계자에 대한 부당한 수사 및 징계’ 진정사건의 공개 경위를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인권위 정보공개 범위가 넓어진 계기인 지난해 서울고법 판결이 나오기까지 인권위가 해당 소송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알아보겠다며 자료 전체를 제출하라고 사무처에 요구한 것이다. 사무처는 해당 사건을 담당하지 않았던 김 위원에게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담긴 자료를 모두 제공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지난 5일 A행정법무담당관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A담당관이 자료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하자 김 위원은 “위원장이 지시를 했다면 불법적”이라며 “위원장이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라는 확인서를 쓰라”는 취지로 말했다. A담당관이 거부하자 “녹음을 하겠다”고 말했다.

A담당관이 “녹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김 위원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송두환 위원장으로부터 자료를 갖다주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죠?”라며 심문하듯 대화를 이어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A담당관은 이 사건 이후 다음달까지 약 한 달간 병가를 냈다. 박 사무총장은 “그 일이 있고 나서 병가를 냈고, 지난 10일 전원위원회 보고 때문에 잠깐 온 뒤 ‘절망적이다’ ‘괴롭다’라며 다시 병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A담당관과의 대화를 녹음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확인서를) 못 쓰겠다는데 어떻게 하나. 강제로 쓰게 할 방법은 없지 않나”라며 “그래서 녹음을 하겠다 하니 녹음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말고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고 녹음 안 한다고 해서 녹음 안 되는 것도 아니잖냐’며 녹음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녹음에 동의하고 안 하고는 중요치 않다”면서 휴대전화를 들고 당시 녹음한 내용을 틀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담당관이 ‘4급’으로 고위직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말단 직원을 불러서 ‘이게 뭐야’ 하면 문제가 있는 행태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공무원 생활을 수십 년 했고 무려 4급에 이르는 직원에게 큰소리하면 안 되고 조용히 얘기하는 건 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무가 상무 불러 다그치면 그것도 직장 내 괴롭힘이냐”고 했다. 김 위원은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다.

회의에선 김 위원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 사무총장은 “상임위원의 직급을 이용해 둘만 있는 자리에서 직원을 겁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규선 상임위원은 “상임위원이 어떻게 직원을 상대로 자료를 안 준다는 이유만으로 취조하듯 심문하고, 녹음하고, 확인서 써달라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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