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작업장 소화기 39대 모두 ‘리튬엔 무용지물’

2024.06.27 21:01 입력 2024.06.27 22:34 수정

리튬전지 ‘소방 사각지대’

화재 취약 샌드위치 패널에
방염처리·비상구도 없어
관련 안전규정 마련 시급

23명의 사망자를 낸 화재 사고가 일어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는 작업장 내 방염처리나 비상구·피난 통로 등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위험이 큰 리튬 1차전지에 대한 소방안전 관련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아리셀의 ‘소방시설 등 자체점검 실시 결과 보고서’를 보면, 화재가 난 3동을 포함한 아리셀 공장 4개 작업장에는 방염처리가 돼 있지 않았다. 아리셀 3동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불길이 크게 번졌다. 소방시설 등 자체점검이란 사업장이 매년 소방시설관리업체에 의뢰해 소화·피난·경보 등 설비를 점검하는 것으로, 사업장은 보고서를 관할 소방서에 제출한다.

보고서를 보면 아리셀 공장에는 비상구와 피난 통로도 없었다. 피난기구는 안전매트·피난 사다리와 유도등뿐이었고, 피난유도선이나 비상조명등은 없었다. 소화기의 경우 화재가 난 아리셀 3동에는 분말소화기 36개, 청정가스(할로겐 화합물) 소화기 1대, CO2소화기 2대가 배치돼 있었는데, 모두 리튬 화재를 끄기 어려운 제품들이다. 다만 해당 점검은 작동점검이어서 설치 의무를 따지지 않고 이미 설치된 시설·장비에 대해서만 점검했기 때문에, 위 사항들은 ‘불량’이 아닌 ‘해당 없음’으로 분류돼 별도로 개선지도를 받지 않았다.

리튬전지 사업장에서 화재 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났는데도 리튬에 대한 안전규정이 미비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튬은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3류 자연발화성물질 및 금수성(물이 닿으면 안 되는 성질)물질’이다. 하지만 제3류 물질에 대해서는 소방설비 등 별도 안전규정이 없다.

비상구 설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 안전보건규칙 제17조는 ‘위험물질을 제조·취급하는 작업장에 출입구 외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 1개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튬은 안전보건규칙상 위험물질(물반응성 물질 및 인화성 고체)로 분류돼 제17조 적용을 받는다. 이번 사고가 난 3동 2층에도 출입구 외 비상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화성소방서 남양119안전센터가 지난 3월 작성한 소방활동 자료조사서를 보면, 소방서는 아리셀 공장에 대해 3동을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 지역’으로 파악하고 소방시설 유지관리와 위험물 안전수칙 준수 등을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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