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꿈꿔보는 ‘새해 경제정책’

2014.01.01 20:46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경제의 핵심 문제는 괜찮은 직업과 그렇지 못한 직업 간 격차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현재 전문직 공무원 등 좋은 직업을 얻느냐, 비정규직 중소기업 등에 취업하느냐는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귀족이 되느냐 평민이 되느냐와 비슷한 정도다. 이런 격차는 양극화, 노동시장 불균형, 사교육 열풍 등의 직접 원인이다. 특히 대기업 등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는 눈에 바로 띄어 사회갈등과 진영 간 대립의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다. 노동계를 중심을 한 진보 세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격차 해소를 주장한다. 보수진영은 정규직의 높은 보수와 이들의 귀족노조 활동을 비판하고 비슷한 논리로 철도공사 등 공기업 개혁도 요구한다. 어느 쪽이 맞을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서 양쪽 다 문제의 근본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와 세상]모두가 꿈꿔보는 ‘새해 경제정책’

첫째, 대기업 등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과의 격차는 한국 내 직업 간 격차 중 지엽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 순위를 대략 열거해 보면 첫 번째가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두 번째가 공무원과 교사, 세 번째가 금융기관과 공기업, 네 번째가 대기업 정규직이고 나머지가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일 것이다.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대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문제는 아래 부분에 있는 사람들 즉, 좀 나은 서민과 어려운 서민과의 싸움일 뿐이다. 이들 간의 격차 해소로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공평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둘째, 전문직, 공무원 및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 등 소위 괜찮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도 거의 대부분 생활이 쪼들리고 고단하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임대업자, 성공한 기업인과 금융기관 경영진, 고소득 전문직 등을 제외하고는 높은 집값과 집세, 그리고 유치원 이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비와 비싼 대학 등록금 등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엄청난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을 낮추지 않으면서 괜찮은 직업의 보수만 낮추면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중산층마저 무너져 버린다. 한국이 바로 1%의 상류층과 99%의 빈민층으로 나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의 근본 부조리는 직업 간의 과도한 서열화뿐 아니라 여기에 주거비 교육비로 대표되는 고비용 구조가 얽혀있다는 것이다. 고비용 구조의 한 축인 사교육비 문제는 직업 간 서열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문직, 공무원 등의 인기 직업은 시험과 좋은 대학입학 등 거의 대부분 교육 투자를 통해서 얻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괜찮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포함해 많은 국민의 꿈이 돈을 모아 임대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 성공한 기업인, 금융기관 경영진, 고위 관료 등 한국 상류층의 대부분은 부동산을 가장 중요한 투자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대한 카르텔화되어 집값과 집세를 올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노조에 대한 공격으로 이러한 구조적 부조리가 해결될 수 없다. 특히 최근 사회 현안인 코레일 분리 민영화 등 공기업 개혁은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문제가 더 많은 관료 조직이 자신들의 개혁을 피하기 위한 꼼수 같기도 하다.

따라서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은 우선 집값과 집세를 하향 안정시켜 국민경제 고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 괜찮은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보상 수준이 조금 낮아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다음으로 직업 간 과도한 보상격차를 줄여야 한다. 보상격차 축소도 직업 서열의 최상위에 있는 전문직이나 공무원부터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그래야 사회정의에 부합되고 국민의 저항도 적을 것이다. 여기에 교육개혁이 추가되면 사교육비나 치열한 입시경쟁 문제도 조금씩 완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생기는 국민경제의 여유분을 실업급여 확충과 주거비 지원 등에 활용한다면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도 실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경제정책이 가능할 것인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비슷하게 경제가 운용되는 나라가 유럽에는 북유럽 국가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많다. 우리도 이러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를 언젠가 가져보는 것이 한해를 시작하며 갖는 꿈이다. 한 사람이 꾸면 꿈이지만 여럿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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