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환경인지 감수성’

2019.03.07 20:36 입력 2019.03.07 20:38 수정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요한복음 1장 1절). 사회변화를 이끈 시작에도 항상 언어가 있었다. 30여년 전에 ‘환경’을 말할 땐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지금은 상식이 되었다. 최근 인구에 회자된 말씀이 있었으니 바로 ‘성인지 감수성’이다. 전도유망했던 정치인의 재판에서 1심을 뒤집고 법정 구속시킨 근거가 될 만큼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인지 감수성은 확장성이 있는 개념이라 ‘환경인지 감수성’으로 응용해 보았다.

[녹색세상]정치인 ‘환경인지 감수성’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 수준이 높아졌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일본에서 생산된 것은 먹지도 사지도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으로 일회용 안 쓰기 운동이 SNS상에서 심심찮게 펼쳐진다.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의 환경의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재난을 겪지 않고서 할 수도 있었던 일인데 어째서 대책은 항상 사후약방문이어야만 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늘 새벽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4분 극적인 페널티골을 만들어내며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연패로 부진했던 맨유를 구한 이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대행이다. 어떻게 감독 한 명 바뀐 걸로 마법 같은 드라마가 연출될 수 있을까. 우리도 히딩크 감독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축구만 그런 게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우두머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미세먼지 지옥에 갇혀 지낸 동안 정부가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우리가 세월호 갑판쯤 앉아 있는 것이 아닐까 앞이 캄캄했다. 이게 과장인가? 아니다. 당장 사람이 안 죽어서 그런지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도 없다. 암과 뇌졸중 같은 중증질환을 일으키고 생존과 직결되는 공기의 대재앙이 전 국토에 엄습했는데, 국민의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야 가까스로 대책을 ‘지시’하였다. 어린이들에게는 긴급하게 공기청정기를 지급하라고도 하셨고…. 청와대 앞에서 노구를 이끌고 1인 시위를 하는 환경운동가의 갈라진 목소리 사이사이로 깊은 탄식이 배어나왔다. 환경인지 감수성이란 무엇인가. 환경은 모든 생명의 기초이며 지구상 모든 생물의 생존에 가장 크고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고 느끼며 실천하는 능력이다. 특히 국민의 건강과 안전, 쾌적한 환경을 지켜야 할 위정자의 환경인지 감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도자를 뽑는 사람은 누구인가. <아픔이 길이 되려면> 권두에 저자 김승섭은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진다’고 썼다. 선출직 지도자에게는 유권자의 욕망이 새겨진다. 그러니 이 환경재난 가운데 우리도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국민의 불안을 당리당략의 계산 속으로 넣는 세력도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여전히 초미세먼지는 나쁨을 가리키고 있지만 어제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이 정도만 돼도 보통 하늘이 이렇게 감사한 것인 줄 몰랐다는 감격의 언어들이 SNS에서 돌고 있다. 사람들의 이 평범한 일상을 지켜줄 이는 누구인가. 벌써부터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다음 대선 후보자의 지지율이 하루 걸러 발표되고 있다. 이제 4월 지나면 미세먼지는 관심에서 사라질 것이나 연이어 무시무시한 폭염이 기다리고 있다.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선거’인지 감수성만 높은 정치인은 이제 스스로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정치인이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성질 급한 우리 국민들이 언제 국회를 로봇으로 채울지 모른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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