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재벌에게 은행 넘긴 문재인 대통령

2019.08.01 20:37 입력 2019.08.01 20:50 수정

[전성인의 경제노트]결국 재벌에게 은행 넘긴 문재인 대통령

7월24일, 금융위원회는 카카오가 카카오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승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7일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붉은 깃발법’을 운위하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를 천명한 지 1년 만이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재벌에게 은행을 넘긴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카카오가 속한 기업집단은 올해 5월15일부로 재벌의 공식 명칭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전성인의 경제노트]결국 재벌에게 은행 넘긴 문재인 대통령

나는 지난 1년 동안 때로는 “사감(私感)”의 오해까지 받아가며 이 ‘블랙코미디’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가 한통속이 되어 금융 원칙을 망치겠다는데 백면서생이 이를 막을 재간이 있겠는가. 다만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것은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겼던 이 정부 사람들이 또다시 금융을 가지고 국민에게 경제적 비용을 야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선 언론기사에 아직도 남아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보자. “물론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한다는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은산분리 완화를 주문하던 마당에 산업자본 전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략 ‘재벌은 제외하겠다’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당초 박근혜 정부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시도할 때부터 재벌에게 은행을 넘기지는 않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에게 은행을 넘겼다.

물론 이 과정은 수많은 편법과 왜곡 등 비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은산분리 규제는 모피아와 론스타도 뚫지 못했던 철옹성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벌에게 은행을 넘기는 과정은 옆에서 지켜보기에 처량할 만큼 편법과 왜곡으로 일관됐다. 그것은 우리나라 금융의 일그러진 자화상이고, 왜 우리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말에서 아직도 탈피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였다.

첫 번째 장애물은 ‘재벌에게는 안 주고, 정보통신 기업에는 허용하겠다’는 말이 가지는 모순이었다. 혹시 일부 정책 담당자는 정보통신 기업 중에는 재벌 계열사가 없고, 재벌은 정보통신 기업을 안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반 대중이 그렇게 믿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카카오는 재벌이었고, 재벌 중에 정보통신 기업 한두 개 안 가지고 있는 곳이 없었다. 따라서 재벌과 정보통신 기업을 구분하여 승인해 주겠다는 말은 애초부터 ‘코미디’였다. 그나마 합리적인 절충이라면 “정보통신 기업에 한하여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되, 정보통신 기업이 재벌 계열사라면 불허한다”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래서는 카카오가 은행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과 국회는 이런 합리적인 절충마저도 포기한 채 발가벗고 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재벌이어도 정보통신 기업이면 괜찮다’로 정리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장애물은 대주주 적격성 중 ‘사회적 신용조건’의 충족이었다. 은행의 대주주가 되려면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금융 관련 법령의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려는 KT나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려는 카카오는 모두 위반 사실이 있었다. 그룹 회장이나 총수는 검찰 수사나 재판 중이었고, 계열사는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었다. 거기다 은행업감독규정은 이런 경우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대주주 자격을 내줄 것인가? 금융법 해석을 왜곡하는 길밖에는 없었다.

여기에 동원된 것이 법제처다. 올해 6월24일자 법제처 해석은 은행법의 취지나 법문, 그리고 과거의 심사 선례를 깡그리 무시한 채, 불완전하게 입법된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의 자구에만 한정한 해석으로 매우 중대한 감독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법제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의 ‘별표’에 언급된 한도초과보유주주를 “주식을 소유하는 당해 주주”로 한정했다. 따라서 그 외 다른 사람은 전혀 적격성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별표’는 당초 은행법 시행령에 있던 것이고 그것은 은행법을 받은 것인데, 은행법에는 “한도초과보유주주 등”으로 되어 있고, 문맥이나 입법 취지상 한도초과보유주주 등이라는 말은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는 ‘동일인’ 개념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법제처 해석대로라면 적당한 회사 하나를 소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인터넷전문은행을 인수하면 그만이다. 총수가 횡령을 했건 배임을 했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은행 감독에 미치는 파급효과다. 법제처가 해석한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상의 ‘별표’가 은행법 시행령과 사실상 동일한데 그렇다면 이제부터 은행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정녕 은행법의 취지란 말인가? 그렇다면 론스타의 업무를 지시하는 그레이켄이나 마이클 톰슨의 위법행위는 애초부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말인가? 론스타 주요 계열회사의 위법 사실 여부를 제출하라고 한 것은 그럼 과도한 행정권 남용이었단 말인가? 참 애석하고 딱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기대효과를 보자. 언론 기사에 따르면, 작년 8월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를 주문했을 때 어떤 청와대 관계자는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되면 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민들도 각종 송금수수료 부담을 덜고 금리 쪽에서도 득을 볼 수 있을 것”라고 일갈했다. 5000개 일자리 운운은 말꼬리 잡아 시비하는 것 같아 넘어가더라도 과연 국민들이 금리 측면에서 득을 봤는지는 진정 의문이다. 요란하게 광고하는 소위 “26주 적금”이 오히려 일반적인 은행 적금보다 이자율이 더 낮다는 분석기사는 그래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은행 산업의 메기를 자처하던 케이뱅크는 메기는커녕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거기서 나오는 것이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진행으로 보아 ‘희망’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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