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홈리스 주거 대안 마련을

2021.02.15 03:00 입력 2021.02.15 03:04 수정

얼마 전 쪽방지역 활동가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병원에 입원했던 한 주민이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것으로 통보받아 병원이 그를 집으로 이송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가 돌아올 ‘집’은 한 평 반 남짓한 쪽방. 십수명이 함께 화장실을 공유하고 좁은 복도로 오가는 쪽방에서는 자가격리 지침을 따를 수 없다. 다급히 서울시와 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연락해 임시생활시설로의 이송을 요청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감염되지 않았기를 바라며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아니다. 최근 서울역 인근 노숙인 지원시설을 이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졌다. 이유는 자명하다. 서울시가 동절기에 운영하는 응급잠자리와 같은 시설은 수십명이 ‘집합’해 이용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홈리스행동을 비롯한 반빈곤운동 단체들은 취약한 주거상태에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 수립을 촉구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혹한기와 바이러스라는 이중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서울시와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제는 대책이 마련되었을까? 대책 대신 퇴거가 왔다. 서울역과 용산역 대합실의 의자와 정수기가 사라졌다. 역내에 비치된 TV에선 뉴스가 꺼지고 한국철도공사 홍보영상이 반복 상영된다. 역내에 오래 머무르고 있는 홈리스가 있으면 경비용역이 문 밖으로 쫓아낸다. 광장에서 한뎃잠을 자고 서울역이 문을 여는 새벽 4시면 잠시 역에서 몸을 녹이던 한 홈리스는 한산한 새벽의 출입마저 저지당했다. 퇴거에 이어 밥도 빼앗겼다. 한 주 내 음성 판정 기록이 없으면 급식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바이러스 진원지인 잠자리 집합은 방관하고, 집요하게 사람들이 앉은 자리만 쫓아다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의 족적에만 쏠린다. 언론은 연일 감염이 확인된 노숙인이 ‘잠적’ 중이라고 보도하거나 이들에 대한 방역당국의 고발 여부를 취재했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대개 휴대전화가 없고, 오백원 남짓 푼돈을 얻기 위해 ‘꼬지’를 돌아야 하거나, 한두 시간씩 줄을 서 끼니를 때운다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거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배곯는 일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지난 폭설에 한 노숙인에게 잠바를 벗어주는 시민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잠바를 내어주는 따뜻함에는 환호하면서 홈리스에 대한 방역 대책이 없는 것과 공공장소에서의 축출은 외면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서울시는 홈리스의 문제를 병리적으로 치환하며 책임을 회피하지만, 빈곤에 처한 이들이 겪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사회적 결과다. 다시 한번 서울시에 요구한다. 홈리스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하고 주거 대안을 마련하라.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