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재산점수 없애라

2021.08.17 03:00

“프리랜서입니다. 18년도 연봉 3300만원이었고요, 19년도 딱 2번 수입이 커서 연봉 4500만원으로 측정됐고 20년 코로나로 (본업) 수입 0원 됐습니다. 먹고 살길 없어 차로 ‘쿠팡 플렉스’ 알바해서 연봉 600만원 벌었습니다. 월 70만원 벌었지만 18년도 연봉으로 건보료 매달 28만원 냈고요, 저번 달에는 그나마 있던 차 400만원에 팔았습니다. 먹고살려고요. 지금 알바도 못하는데 19년도 적용으로 건보료 34만원 나왔네요.”

최서윤 작가

최서윤 작가

“8만원 내던 건보료 18만원 내란다. 비싸서 따졌더니 일용직으로 여기저기 일했다고 다닌 곳마다 서류 떼어오라니 미친다. 재산은 17평 집 한 채, 금융자산은 없다. 코로나로 일거리도 없다. 일하고 싶어도 일거리는 없고 건보료는 자꾸 올라가고 살맛 안 난다.”

지난 2월 쓴 칼럼에 1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프리랜서에게 책정된 건보료가 실시간 소득을 반영하지 못해 일일이 해촉증명서를 내야 하는 비효율성과 지역가입자 건보료에만 재산 기준이 반영되는 불공정성을 지적한 글이었다. 대부분의 댓글이 이에 격하게 공감했다. 앞서 소개한 사연은 그중 내용이 구체적인 것이다.

어쩌면 이로써 현실이 나아지는 데 보탬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로부터 반년,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뒷목 잡는 사건이 새로이 벌어졌다. 5차 재난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88%로 제한하며 그 기준을 건강보험 납부 비용에 둔 일이다. 그 결과 소득 상위 12%에 속하지 않는 다수 프리랜서·자영업자가 지원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서두에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들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산점수’이다. 직장가입자는 소득 기준 책정 뒤 회사가 반, 나머지 반은 본인이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에 각각 점수 매겨 합산한 뒤 책정된 금액 전부를 본인이 부담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가입자들은 동일 소득 직장가입자보다 훨씬 많은 건보료를 낸다. 불합리를 느껴 지인 만날 때마다 하소연하자 어느 중년 사업가가 편법을 제시했다. “지인에게 급여 50만원 정도로 채용 부탁한 뒤 4대 보험 가입 요청하고, 대신 매월 7만~8만원 회사에 환급하세요.” 부자들은 그런 노하우로 ‘절세’하나 보다. 그밖에도 법인 설립, 피부양자 등록 등의 편법이 소개됐다.

개인이 편법을 써 문제를 피하기보다, 구조 자체가 합리적으로 바뀌어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이 국민의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국에서 이것은 의지의 문제다. 프리랜서인 내 모든 인건비는 투명하게 원천징수된 뒤 통장에 꽂힌다. 고객 대부분 카드결제나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금융기관의 협조로 프리랜서·자영업자의 실소득을 파악한 건보료 산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재산 점수제 없이도!

오래도록 ‘직장’에 속한 관료들이야 의지가 없다 쳐도, 공직 생활 때려치우고 프리랜서 된 대선 후보들은 지역가입의 매운맛을 보고 정신 번쩍 들만도 한데 왜 부당함을 지적하며 목소리 높이지 않을까? 혹시 어떤 노하우로 개인적인 해결을 하고 있어, 부당한 구조를 개선하려는 마음이 들지 않나? 그게 아니라면 제발, 변화를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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