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성소수자 요구에 귀 기울여야

2022.02.07 03:00 입력 2022.02.07 03:01 수정

지난 3일 국회에서는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에서 실시한 ‘2021 청년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토론회가 진행됐다. 19~34세의 청년 성소수자 3911명이 참여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결혼에 관한 욕구이다. 성소수자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1위로 꼽은 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60.3%)’이고, 그다음이 ‘동성커플에 대한 법적 결혼 인정(42.5%)’이었다. 특히 레즈비언 응답자의 경우는 법적 결혼 인정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의 미혼율이 50%를 넘겼고 30대 전체에서도 42%가 미혼자였다. 다른 조사에서도 20~30대의 결혼에 대한 인식도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청년 성소수자들이 법적 결혼 인정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사실 명확하다. 법적 인정을 비롯해 동성부부에 대한 어떠한 권리 보장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심각한 차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위 실태조사에서도 구직과정에서의 차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6%가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이나 평가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채용이 된 이후에도 복리후생 제도에서 배제된다는 응답도 상당했다. 나아가 직장 외에도 의료, 금융, 주거 등 각종 영역에서 동성부부가 겪는 차별은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 분명히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고, 사회적으로 그 존재가 지워지는 일이 빈번하다. 앞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30대 미혼율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해당 조사에서 동성부부는 아예 통계로 잡히지도 않았다. 참가자와 배우자의 성별이 같은 경우 시스템 오류가 뜨며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들을 없는 것으로 만드는 일, 이보다 심각한 차별이 어디에 있을까.

그럼에도 이러한 차별의 현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동성 배우자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며 한 동성부부가 제기한 소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동성 간의 결합은 법률상 혼인이 아니므로 사실혼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법원이 들은 근거 중에 하나가 국어사전에도 ‘혼인’을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2012년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랑’ ‘연애’ ‘애정’ 등의 단어에서 행위주체가 남녀가 아닌 두 사람으로 변경되었던 일을, 그리고 이에 대해 보수개신교 단체의 항의가 있자 2014년 다시 남녀로 그 뜻이 한정되었던 일을 알고 있을까. 사전의 정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혐오의 논리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사전을 근거로 다시 동성부부의 현실을 외면한 법원의 판단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치인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동성애자라고 차별받아서는 안 되지만 동성혼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는 것 자체가 차별이고 동성부부의 권리가 부정당함에 따라 발생하는 온갖 차별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해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모를 이러한 정치인들에게 언제까지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증명해 내야 하는 것일까.

대선 후보들이 갖가지 청년 공약을 내세우고 미디어에서는 ‘이대남’이라는 말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청년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며, 분명한 청년 세대인 청년 성소수자들은 이 모든 관심에서도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그렇기에 ‘다양성’ ‘평등’ ‘평범함’ ‘자유’ 등 실태조사에 참여한 청년 성소수자들이 마지막에 남긴 핵심 키워드들에 사회가 더 많이 주목하고 이를 통한 실질적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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