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수사, 민생 현안 ‘블랙홀’ 되지 않도록

2023.01.29 20:24 입력 2023.01.29 20:25 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12시간 반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정점에 당시 성남시장이자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 조사 후 이 대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이 대표도 성실하게 소명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오전 조사에서, 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성남시 내부 기밀을 알려줬다는 혐의(부패방지법 위반)에 대해 신문하고, 오후에는 대장동 사업 관련 배임 혐의 등을 조사했다. 이 대표는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 질문에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형사처벌을 무릅쓴 채 비밀을 유출한다는 건 상식에 반한다”며 반박하고, 대장동 사업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결정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도 부인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2차 출석 조사를 요구했으나, 이 대표 측은 거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양측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만큼 실체적 진실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검찰은 이 대표 혐의를 입증하는 주된 근거로 민간업자들 진술을 들고 있지만, 이들의 법정 진술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검찰이 관련자 진술을 넘어 물증을 확보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대장동·위례신도시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정쟁이 격화하면서 국정 주요 현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난방비 폭탄’ 등 민생위기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할 여야가 ‘방탄 대 야당탄압’ 논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국면을 타개하려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우선 담보돼야 한다. 검찰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고, ‘망신주기’식으로 수사를 질질 끌어선 안 된다. 여권은 이 대표를 범죄자로 단정짓는 언사를 사용하는 등 야당을 자극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 민주당도 원내 제1당으로서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 소임을 다해야 옳다. 이 대표 수사가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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