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폭염에 장마

2022.06.20 20:43 입력 2022.06.20 20:47 수정

전국의 폭염 위기경보 수준이 ‘주의’ 단계로 올라간 20일 전남 담양군 죽녹원 앞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 폭염 위기경보 수준이 ‘주의’ 단계로 올라간 20일 전남 담양군 죽녹원 앞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뉴월 더위에는 염소 뿔도 물러 빠진다’란 속담이 있다. 극심한 더위는 굳고 단단한 염소 뿔마저 무르게 하고, ‘입술에 묻는 밥알도 무겁게 느낄 정도’라고 한다. ‘불볕’ ‘가마솥’ ‘찜통’ 등 갖가지 수식어가 붙는 폭염이 그렇다. 폭염의 기준은 나라별로 다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한낮의 최고기온이 평균에 비해 5도 이상 높은 날이 5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일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각각 ‘폭염 경보’와 ‘폭염 주의보’를 내린다.

때 이른 폭염이 닥쳤다. 올해 첫 폭염 경보가 20일 경북 구미·경산·의성시에 내려졌다. 지난해보다 20일가량 빠르다. 폭염 주의보, 열대야도 예년보다 빨리 찾아왔다. 대개 폭염은 장마가 끝난 뒤인 7월 하순~8월 중순부터 나타나는데 이번엔 이례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는 이날 제주에서 시작됐고 23일쯤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예정이다. 장맛비가 때 이른 더위를 누그러뜨릴까. 하지만 폭염은 2020년처럼 장마 뒤에 다시 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서울 기온이 110년 이래 최고치인 39.6도를 기록하는 등 2018년의 대폭염이 재발할 수도 있다. 종잡을 수 없는 이상기후, 기후변화로 정확한 예보가 점점 어려워진다.

폭염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남극의 보스토크 기지를 비롯해 인도·스페인·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이상고온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려스러운 점은 폭염 발생이 더 잦아지고 강도는 더 세진다는 것이다. 각국이 폭염을 법정 자연재해에 포함시키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폭염의 근본 원인을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분석한다.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폭염·폭우·한파 등 이상기후가 더 심해질 것이다. 게다가 개별적으로 나타나던 이상기후가 최근엔 동시에 발생하는 이른바 복합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경고마저 나왔다.

폭염은 일사병·열사병 등으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여름철 재해다. 그런데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산사태 등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치솟는 물가로 경제난까지 맞닥뜨린 취약계층에겐 최악의 여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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