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어르신들의 첫 ‘기후진정’

2024.03.06 18:12 입력 2024.03.06 20:29 수정

60+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 회원들이 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부가 기후위기로부터 노년층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권도현 기자

60+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 회원들이 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부가 기후위기로부터 노년층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권도현 기자

조금은 특별한 ‘어르신’들이 있다. 직면한 기후위기를 불러온 당사자로서, 기후위기 극복의 맨 앞에 서는 일이 책무라고 여기는 기성세대들이다. 이름하여 ‘그레이 그린(Grey Green)’이다. 노년층이 주도하는 환경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 손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체포돼도 좋다.” 2021년 9월2일 영국 런던에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노인들이 이 손팻말을 들고 거리시위에 나섰다. 그해 미국에서도 환경운동가 빌 매키번이 60세 이상 시민들의 기후변화 대응 운동인 ‘제3의 행동(Third Act)’을 창설했다. 독일에선 2019년 9월 설립된 ‘미래를 위한 할머니(Omas for Future)’라는 단체가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활동 중이다. 독일 전역에 40개 지부가 설립됐고, 할아버지들도 참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600명 이상의 중장년층이 기후단체 ‘60+기후행동’을 2022년 결성했다. 노년 세대가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 미래 세대 기후운동의 든든한 뒷배가 되자는 취지다. 이 단체가 기후솔루션과 함께 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섰다. 이들은 “정부의 노년층 기후대책 방기 책임을 물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손에는 ‘인생 전환, 녹색 전환’이라는 현수막과 종이로 만든 붓꽃을 들었다. 붓꽃은 위험에 처한 2급 멸종위기종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 세대의 운명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설정과 기후변화에 따른 노년층 건강·생명 위험 실태조사다. 이번 진정에는 최고령자 92세를 포함해 총 123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동안 청소년·아동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기후위기 관련 진정에 노·장년층이 나선 것은 늦었지만 반갑다. 그들도 기후위기 문제를 하루하루 절감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날씨는 왜 이토록 춥고 더운가? 폭우에 사과값이 올랐다지? 24절기는 왜 다 무너진 거지? 어르신들의 기후위기 진정은 하늘을 원망하는 대신 뭐라도 해야겠다는 각성과 간절함이 담겼다. 이날 ‘60+기후행동’ 회원들이 손에 쥔 붓꽃의 꽃말은 ‘좋은 소식’이라고 한다. 세대 불문하고 합창하는 기후위기에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답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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