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국내 원자로에 ‘제3의 불’ 첫 점화

2011.03.18 21:39

이제 ‘발등의 불’이 된 원전 안전

연쇄적 핵분열은 보통의 화학반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러한 연쇄 핵분열의 반응 속도를 줄이지 않고 일시에 열을 방출하면 원자폭탄이 되고, 반응 속도를 줄여 지속적으로 방출시킨 열로 터빈을 돌리면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원전)가 된다. 원자력 기술의 핵심은 바로 ‘불 조절’이다.

1962년 3월19일 오전 10시55분, 국내 첫 연쇄 핵분열 실험이 시작됐다. 경기 양주군 원자력연구소(지금의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설치된 연구용 원자로 속 핵연료봉 56개에 순차적으로 점화가 이뤄지고 6시간이 흐른 오후 4시45분 원자로 내부의 핵분열 반응은 임계치에 도달했다. 우리나라가 ‘제3의 불’로 일컬어지는 원자력을 조절할 수 있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다.

[어제의 오늘]1962년 국내 원자로에 ‘제3의 불’ 첫 점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1959년 3월 원자력연구소를 세운 지 3년 만이다. 이날의 성공을 위해 윌리엄 휘트모어 박사 등 미국 연구진과 국내 원자력계 기술자들이 총동원되었고 차관 38만2000달러와 한화 2억8000만원이 투입됐다. 당시 경향신문은 “앞으로 이 원자로에서 생산될 방사성 동위원소는 국내 농학·의학·보건·물리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국내 원자력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리고 만 9년 뒤인 1971년 3월19일에는 경남 고리에 첫 원전이 착공됐고 1977년부터 원자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면서 한국은 세계 20번째 핵발전국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엔 21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국내 사용전력의 25%를 공급하고 있다.

1954년 구 소련에서 세계 첫 원전이 가동된 이후 원전은 문명의 일부가 됐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등 끊임없는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은 매장량이 제한된 화석연료(석탄·석유)의 대안으로 반세기 넘게 각광을 받아 왔다. 그 어떤 나라도 원자력이 지닌 싼값에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매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번 일본 대지진·쓰나미에 의해 부서진 후쿠시마 원전처럼 원자력에 대한 신뢰도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만 해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불가능해 보였다. 당시 원자력은 에너지가 아닌 대량살상무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원자력의 위험성은 원전이 또 다른 ‘원자폭탄’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인류에게 희망이었던 ‘제3의 불’이 이제는 ‘발등의 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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