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증세… 국회 손 빌렸다

2014.01.01 22:06 입력 2014.01.01 22:12 수정

세수 구멍, 복지공약 이행 어려워지자

부유층·대기업 반발 의식… 박 정부 공론화 않고 ‘방기’

박근혜 정부 출범 1년도 못돼 결국 증세(增稅)가 이뤄졌다.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하는 과표 구간을 낮추고,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올리는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그동안 증세에 매우 소극적이었지만 세수 부족으로 나라 살림에 구멍이 생기고, 복지 공약 이행이 어려워지자 결국 증세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고액 연봉자와 대기업은 세금 부담이 이전보다 다소 늘어나게 됐다.

세금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증세는 자칫 국민 저항을 불러와 정권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기득권층의 지지를 받는 보수 정권은 특히 증세에 소극적이다. 그래서 증세를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여론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여야 대표와의 회담에서 증세 가능성을 내비치며 만에 하나 증세를 할 경우에는 ‘국민대타협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합의를 도출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증세는 공론화 과정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방기했고, 국회에서 정치권의 타협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한 박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여당은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새누리당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대신 민주당 등 야당이 그동안 요구해온 ‘부자 증세’안을 일부 받아들였다.

그 결과가 소득세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1억5000만원 초과분에 기존(35%)보다 3%포인트 높은 38%의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과표 1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최저한세율(각종 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을 17%로 1%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은 반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증세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증세는 죽어도 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 무너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이번 증세 과정이 양도세 중과 폐지에 따른 여야 간 협상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면 (증세를 않겠다고 한) 박 대통령의 약속이 깨졌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이번 증세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짜여 있어 기본 방향은 잘 설정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증세를 계기로 세금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이번에 이뤄진 증세 규모로는 박 대통령이 약속한 복지 공약 이행을 제대로 할 수 없으므로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을 총망라해서 증세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1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355조8000억원 규모의 2014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당초 정부 원안보다 1조900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가 주도해 만든 ‘국가정보원 개혁법안(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재석 의원 281명 중 찬성 204명, 반대 44명, 기권 33명으로 통과됐다. ‘외국인투자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끝에 이날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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