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용퇴 통한 야당 변화’ 메시지 던져 원로·잠룡에 압력… ‘인적 혁신’ 물꼬 주목

2014.07.31 22:02

손의 측근·의원들 눈물

야권 대권가도에 격랑

안철수도 심각한 타격

7·30 경기 수원병(팔달) 보선에서 낙선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67)은 31일 “저는 오늘 정치를 떠납니다”라고 말했다. 패배의 쓰라린 마음을 추스르고 모습을 보인 뒤 던진 첫 마디였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그가 21년간의 정치 역정에 마침표를 찍는 전격적인 정계 은퇴 선언이었다.

손 고문의 전격 은퇴와 함께 야권의 대권가도와 지형에도 격랑이 일게 됐다. ‘용퇴를 통한 근본적 혁신’ 메시지를 전한 그의 은퇴가 계파로 갈린 야당 체제를 지탱해온 원로, 잠룡들에게 ‘2선 후퇴’ 압력으로 작용하며 ‘인적 혁신’의 물꼬가 될지 주목된다.

손 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게 저의 오랜 신념”이라며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수원병 패배에 대해 “개인적으로 패배한 건 저 자신의 패배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기대가 국민들 신망을 받지 못한 것”이라며 “(나의) 정계 은퇴를 계기로 해서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각오로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국민을 어렵게 알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에서는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면서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저의 생활철학이다. 지금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책임정치 자세에서 그렇고, 민주당(새정치연합)과 한국 정치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순간부터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아가겠다.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 되겠다”고 끝을 맺었다.

정론관 한쪽에서 기자회견을 듣고 있던 손 고문계 의원들은 손수건을 꺼내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거나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정론관을 뛰쳐나가기도 했다. 앞서 손 고문은 이날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당 소속 의원 및 측근 10여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정계 은퇴 결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으로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지사,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손 고문은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에 중도·보수 지지층도 아우를 수 있는 통합형 지도자로 꼽혀왔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 본격적으로 대권가도를 닦을 계획이었지만 지역의 견고한 여당세에 막혀 좌절했다.

그는 2007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 한나라당 내 대선후보 경쟁을 벌이다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후 2007년 17대 대선과 2012년 18대 대선 때 잇따라 대권 경쟁에 나섰으나 당내 경선에서 정동영·문재인 후보에게 연이어 패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대권가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새정치’를 앞세워 독자정당을 추진하다 지난 3월 민주당과의 합당을 택한 그의 승부수는 4개월 만에 무위로 돌아갔다. 한때 최고이던 그의 정치적 자산은 ‘자본 잠식’ 상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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