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0 유승민 탈당·무소속 출마

“공천 주도한 그들…” 막장공천 친박에 ‘비수’ 메가톤급 파장

2016.03.23 22:14 입력 2016.03.24 00:10 수정

“쫓겨난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 보수 꿈 이룰 것”

무소속 출마 선언에 지지자들 “유승민” 연호하며 박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58·대구 동을)이 4·13 총선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23일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초강세 지역인 대구에서 ‘험지 도전’ 가시밭길을 걷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뜻을 좇은 친박계가 주도한 49일간의 ‘비박 학살 공천 막장극’ 완결판으로, 총선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위해 대구 동구 용계동 선거사무소에 들어서자 지지자들이 손을 잡고 연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위해 대구 동구 용계동 선거사무소에 들어서자 지지자들이 손을 잡고 연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의원은 이날 밤 10시50분 대구 동구 용계동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하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무소속 출마를 위한 탈당 시한을 불과 1시간10분 남겨둔 시점이었다.

초췌한 모습에 정장차림으로 마이크 앞에 선 유 의원은 직접 쓴 탈당 선언문을 7분여간 읽어내렸다. “정의가 짓밟힌 데 분노한다”고 내용은 격정적이었지만, 내내 표정과 어조는 차분하고 절제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유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새누리당 로고가 빠진 현수막이 바꿔 걸리면서 탈당 선언이 일찌감치 예상됐다.

16년간 몸담은 당을 떠나는 자리이지만, 메시지의 방점은 ‘정의로운, 따뜻한 보수로 나아가는 걸음’에 찍었다.

유 의원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친박계의 ‘찍어내기’에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한 것의 연장선이다.

유 의원의 결단은 사실상 친박계의 ‘탈당 강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학살 공천’ 실행자로 나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그간 ‘낙천’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당적 변경이 금지되는 후보등록(24~25일) 직전까지 결론을 미뤘다. ‘알아서 떠나라’는 취지다. 6개월 전만 해도 “내가 당의 주인이다. 나갈 이유가 없다”고 했던 유 의원이지만, 결국 원치 않는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탈당 선언문에서도 ‘비박 학살 공천’에 대한 분노가 묻어났다. 그는 이번 공천을 두고 “시대착오적 정치보복”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유 의원이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가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선 지지자들의 박수와 연호가 터져나왔다.

‘유승민 축출 시나리오’의 최초 입안자는 박 대통령이다. 유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해 5월 국회법 파동으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자,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반드시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 공개 지목했다. ‘배신자 심판’은 친박의 공천 잣대가 됐다.

12년에 걸친 박 대통령과의 인연도 마침표다. ‘원조 친박’부터 ‘배신자’까지 극과 극의 시간이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표 시절인 2005년 1월 대표 비서실장으로 깜짝 발탁됐다. ‘친박 핵심’ ‘측근 3인방’으로까지 불렸지만, 2008년 즈음부터 서서히 멀어진 관계는 복원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에도 ‘쓴소리’를 이어갔고, 지난해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비판해 제대로 미운털이 박혔다. 결국 유 의원은 7월 155일 만에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초강세 지역 대구의 12석을 석권하던 새누리당의 ‘무패 신화’엔 경고등이 켜졌다.

유 의원은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진다”며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 보수 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호소한다”고 했다. 앞서 ‘진박’ 후보에게 밀려 컷오프된 류성걸·권은희 의원 등과의 ‘무소속 연대’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유정인·박순봉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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