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에 ‘문재인의 결단’ 없이는 안철수의 협력 기대 어려워

2012.12.03 22:12 입력 2012.12.03 23:31 수정

“여야 과거 집착한 싸움” 싸잡아 구태정치 낙인

‘정권 교체 성원’ 입장 표명… 새정치 거듭 강조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3일 캠프 해단식 발언에 담긴 메시지는 ‘낡은 정치 비판’과 ‘문재인 지지’, ‘안철수 정치’로 요약된다. 그는 자신의 대선 출마·사퇴 배경과 추후 정치 행보를 모두 새 정치에 맞추며 ‘안철수의 길’을 지지자들을 향해 제시했다. 여야의 네거티브 선거전은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는 지난달 23일 후보 사퇴 기자회견 때 밝힌 ‘정권 교체를 위한 성원’이라는 원론적 입장 표명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정권 교체에 한 발 걸쳐놓고 있지만 ‘제3의 길’에도 깊숙하게 발을 담그고 있다.

■ 정치권=구 정치, 안철수=새 정치

안 전 후보는 해단식에서 여야를 향해 ‘거꾸로 가는 대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 여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예상치 못한 강한 언사까지 동원했다. 과거사에 집착한 대결,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대선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기는 것만이 지상목표’란 식의 구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물론 단일화의 파트너인 민주당까지 낡은 정치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 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을 마친 뒤 승용차에 올라 손을 흔들며 캠프를 떠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 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을 마친 뒤 승용차에 올라 손을 흔들며 캠프를 떠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안 전 후보는 그러면서 낡은 정치의 대척점에 ‘새 미래’, ‘정치혁신’ 등의 단어를 세웠다. 이번 대선이 사회대통합을 이루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철수현상’이 불러온 정치개혁 흐름이 구태 선거 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항의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단식 인사말의 대부분을 차지한 ‘새 정치’의 향배가 주목된다. 대선 구도를 ‘낡은 정치 대 새 정치’로 다시 환원시켰다. 새 정치가 안 전 후보 정치의 브랜드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미래 정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용 면에서 안 전 후보가 해단식에서 강조한 새 정치는 4가지다. 네거티브 지양, 국민통합 정치, 미래를 위한 정치, 정치개혁이다.

동시에 자신을 도왔던 세력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이들을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전의 안 전 후보가 새 정치란 구호와 가치만을 입에 올렸다면, 이제 세력 기반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안철수 정치’의 변화이자, 확대로 평가될 만하다. 구체적으로 “새 정치를 위해 더 단련하겠다”는 다짐에서도 이런 의도가 읽힌다. 이날 행사가 안 전 후보 캠프의 18대 대선 해단식이 아니라 19대 대선 출정식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에 ‘문재인의 결단’ 없이는 안철수의 협력 기대 어려워

■ 문재인 지지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전 후보가 이날 해단식에서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한 차례도 문 후보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23일 대선 후보 사퇴 기자회견문을 다시 꺼내며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달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지지자들이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정도로는 문 후보 구원투수로 귀환했다고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안 전 후보 사퇴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지지율을 보면 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5~10%포인트 뒤지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원 사격할 경우 초박빙 접전이 점쳐졌다.

하지만 안 전 후보 언급을 새겨보면 문 후보 지지에 대해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도 읽힌다. 이날 메시지 대상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다.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유권자층이다. 즉 민주당이 대선 판을 긍정적으로 끌고 간다면 최대한 자신의 지지층을 설득해 돕겠다는 뜻으로도 읽혀진다. 자신이 내세운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결단을 문 후보 측에 요구하는 ‘조건부 지지’인 셈이다.

문 후보 측도 “안 전 후보의 요구를 빨리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새 정치 의미를 담은 국민연대 구성과 민주당 쇄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의 지원 의지 못지않게 지원 방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유세단을 동원하는 구형 버전이 아닌 안철수식 신형 버전이 예상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는 ‘메시지 지원’이 대표적이다. 당장 세력화보다는 안 전 후보와 각종 네트워크가 결합된 지원도 생각해볼 수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