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민의 선택

‘촛불 민심’ 고스란히 투영…국민은 ‘강한 개혁’을 원했다

2017.05.10 02:43 입력 2017.05.10 02:47 수정

문재인 선택 ‘표심’ 분석

문·안·유·심 4자 득표율 ‘박근혜 탄핵’ 비율과 일치

적폐청산 열망 시대정신…보수진영 ‘색깔론’ 안 먹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밤 서울 광화문 특설무대에 오르자 지지자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환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밤 서울 광화문 특설무대에 오르자 지지자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환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9일 실시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은 ‘정권교체’와 ‘강한 개혁’으로 요약된다. 국정농단 세력과 보수정권 9년의 실정에 대한 단호한 심판, 수십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수구기득권 체제의 혁파,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사회 구성원 다수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라는 유권자의 열망이 표를 통해 고스란히 분출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을 사실상 확정지은 것은 이번 대선을 규정한 프레임이 ‘정권교체’였음을 보여준다. 적지 않은 ‘비문재인’ 정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세론’이 순항한 것은 이런 틀에서만 해석이 가능하다. 한때 문 당선인과 양강을 형성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3위로 떨어진 것은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표류하다 ‘안철수=정권교체’라는 확고한 인식을 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선거 막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지지층 일부가 문 당선인 쪽으로 이동한 것도 ‘혹시나’ 하는 의구심이 ‘사표 심리’와 상승작용을 일으킨 때문이다. 문 당선인이 대구·경북,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우세를 보인 것도 정권교체 열망이 전국적 여론임을 반영한다. 보수 진영의 ‘전가의 보도’였던 색깔론이 이번 대선에선 그다지 먹혀들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이번 대선 표심의 또 다른 특징은 ‘강한 개혁’ 열망이다. 5자 구도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적폐청산’을 내건 문 당선인과, 근본적이고 강한 개혁을 앞세운 심 후보의 중간 득표율 합(10일 오전 2시15분 현재)은 45%를 넘어섰다. 절반 가까운 유권자가 ‘적폐청산+알파’를 요구한 셈이다. 이번 대선 표심이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수십년간 누적돼 온 사회구조적 모순의 해소에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문 당선인을 비롯한 진보·개혁 세력의 압승으로 재벌개혁, 권력기관 개혁 등 사회 전 분야에서 고강도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국정농단 세력을 단호하게 심판했다. 탄핵연대를 이뤘던 문·안·심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중간 득표율 합계는 73%를 넘어선다. 반면 홍 후보는 25.3%의 중간 득표율에 그쳤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찬반 비율(80 대 20)이 대선 표심에 고스란히 이어진 셈이다. 이번 대선을 근본적으로 규정한 것은 ‘촛불민심’이었다는 얘기다. 촛불민심이 만든 ‘촛불대선’이었던 셈이다.

‘보수의 몰락’도 이번 대선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구여권에 뿌리를 둔 홍·유 후보의 중간 득표율 합은 31.9%에 불과했다. 반면 문·안·심 후보의 중간 득표율 합은 67.3%에 이르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보수정권 9년에 대한 심판이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시대정신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대선은 구여권과 구야권 모두 통합이나 후보 단일화 없이 치렀다. 보수 대 진보, 수구 대 개혁, 여권 대 야권이라는,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진영 구도의 균열을 반영한다. 문·안·심 후보에게 분산된 중간 득표율은 진보·개혁을 놓고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간 경쟁이, 홍·유 후보로 갈린 보수층 표심은 ‘보수의 재구성’을 놓고 한국당·바른정당 간 경쟁이 각각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4·13 총선이 만든 4당 체제, ‘박근혜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이뤄진 보수의 분화 및 5당 체제의 성립 등 지난 1년간 이어진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현상이다. 향후 개헌 및 정치제도 개혁과 맞물릴 경우 한국 정당체제는 양당체제에서 다당체제로 구조적 전환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어느 누구도 단독 과반을 득표하기 힘들어 보이는 이번 대선은 ‘연정’과 ‘협치’를 국정운영의 필요조건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120석 여당(민주당) 대 179석 야당(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무소속)의 구도가 된다. 연정·협치 없이는 개혁입법은 물론 정상적인 국정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혁과 협치라는, 이율배반적인 두 개의 가치를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문 당선인이 떠안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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