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서 격 갖춰 말했더라면…” “문구 하나 뚝 떼내 공격하는 건 왜곡”

2013.06.25 22:22

남북·외교 전문가들 지적

남북문제와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을 두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북한에 저자세’ ‘대미 인식에 문제’라고 공격하는 보수층의 주장이 과장되거나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가장 핵심은 NLL 포기 여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화록 전문을 보니 NLL 포기의 ‘포’자도 없고, 그렇게 해석될 소지의 문구도 없다”면서 “NLL을 노무현 대통령이 평화협력 지대로 만든다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실무회담을 하자는 기조”라고 말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북한이 군사분계선 사이에 공동어로를 주장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서 협의한다. 군사지대를 평화지대로 덮자’고 표현했다. 이것은 NLL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괴물이라는 표현이 거칠어도 NLL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본질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시로 보자고만 해달라”는 등 북한에 저자세였다는 지적을 두고는 의견이 다소 갈렸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수시로 내려와서 협의하자는 것도 노 전 대통령 특유의 협상술로 이해해야 한다”며 “말 안 듣고 골치 아픈 고집쟁이를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야 하는데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대통령의 발언으로서는 협상을 하는 자세에서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좀 더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도 “NLL 포기 발언으로까지는 보여지지 않는데 국정원이 느닷없이 대화록을 공개해 정치적 문제로 비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미 인식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을 설득하는 과정”이라면서 “총론적으로 기본적인 협상의 과정이라고 이해해야지 한 구절을 뚝 떼서 문구 하나를 가지고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것은 일반화의 오류”라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격을 갖춰서 말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은 부족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한결같이 비판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앞으로도 정쟁이 생기면 또 정상회담을 공개해야 하지 않겠나. 남북대화에도 타격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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