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만든 국정원·열람한 검찰·공표한 의원 모두 법 위반”

2013.06.25 22:27 입력 2013.06.26 00:16 수정

한국기록학회 등 전문가 단체 긴급 기자회견

국내 기록관리 전문가들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국회에 공개한 국가정보원과 이 기록을 언론에 공표한 국회의원들을 대통령지정기록물 누설죄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한국기록학회·한국기록관리학회·한국기록관리학전공주임교수협의회·한국기록전문가협회·한국국가기록연구원 등 국내 기록관리 전문가 기관·단체 5곳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제작해 검찰에 제출하고 국회에 공개한 국정원과 이를 열람한 검찰, 언론에 회의록을 공표한 국회의원 모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공공기록물이 아니라 명백한 대통령기록물”
국정원 주장 전면 반박… 관련자 형사고발 방침

25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록물관리 전문가들이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25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록물관리 전문가들이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회의록을 국정원이 작성했더라도 공공기록물이 아닌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관리되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 김익한 원장은 “대통령기록물의 요건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서 만들어진 기록인 동시에 기록물을 생산 및 접수한 주체가 대통령이나 대통령 보좌 및 자문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국정원이 정상회담에 배석해 회의록을 작성했다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행위에 대한 보좌행위를 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며 대통령기록물의 요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이러한 설명은 “정상회담 회의록을 생산한 주체가 국정원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이라는 국정원 측 주장과 배치된다.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회의록을 제작한 국정원과 이를 열람한 검찰, 회의록을 열람하고 언론에 공개한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 국회의원들 모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검찰은 고등법원의 영장을 받아 회의록을 열람했어야 했고, 국회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을 통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기록물을 보호해야 할 국정원이 발췌본을 만들어 다른 기관에 제출하고 만천하에 공개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도 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보면,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최대 15년까지 열람 및 사본제작 요구 등에서 보호된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누설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기록물 공개의 세부적 절차를 어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원규 한국기록전문가협회장은 “기록물을 공개할 때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되는 정보에 관련된 사람들의 의사를 반드시 물어야 하는데 국정원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또 “바른 역사적 평가를 위해 후대가 볼 수 있도록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잘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기록물제도의 의의”라고 말했다.

한국기록관리학회 김유승 총무이사는 “대통령기록물은 일반기록물에 비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보호의 장벽이 높은데, 기록물을 정쟁대상으로 삼지 않게 잘 보호해서 후대가 이 기록들을 보고 역사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남기기 위해서”라며 “이런 취지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누설한 혐의로 국정원과 국회의원들을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익한 원장은 “기록관리기관과 기록학자들이 연합해 이번 사안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위원회를 조직할 예정이며 시민단체와도 연계해서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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