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 트럼프 떠보기 ‘정치적 도발’

2017.02.12 23:20 입력 2017.02.12 23:46 수정

뉴스분석 | 북한, 올 들어 첫 탄도미사일 발사

<b>“북 미사일, 용납 못해”</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 AFP연합뉴스

“북 미사일, 용납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 | AFP연합뉴스

북한이 12일 쏘아올린 중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이 동북아시아 정세를 흔들고 있다. 북한의 의도는 막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55분쯤 북한이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비행거리는 500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합참은 고도와 비행거리 등으로 미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개량형 무수단 미사일’을 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거리 미사일이었지만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규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입장을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첫 번째 도발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미국을 겨냥한 ‘정치적 발사’의 성격이 다분하다. 미·일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고 16일부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릴 예정인 시점을 택한 것에서도 이 같은 의도가 드러난다. ICBM 발사처럼 미국에 위협이 되는 본격적인 도발은 아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명백한 도발’을 택해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미국의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사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조금 더 뚜렷해질 수도 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은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중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크게 높이고 그 역할을 한·일 등 동맹국에 더 많이 맡기려는 시도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료들이 한·미, 미·일 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해법을 추구하기보다 북한을 중국 압박 방편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감행한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북핵 문제에 뛰어들 것인지, 중국을 압박하는 소재로 활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저강도 도발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매우 중요한 질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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