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트럼프, 돈 한푼 안 쓰고 ‘빅딜 성공’ 말하고 싶을 것”

2018.04.18 22:21 입력 2018.04.18 22:57 수정

‘한반도 신질서’ 전망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운데)가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반도 신질서 전망과 신남북경협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문 특보, 이해찬 전 국무총리.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운데)가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반도 신질서 전망과 신남북경협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문 특보, 이해찬 전 국무총리.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주최하고 경향신문이 후원하는 ‘한반도 신질서 전망과 신남북경협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가 18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은 토론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갈등구조,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역사적인 과업을 위한 입구이며, 북·미 정상회담은 출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 남북회담,북·미 회담 입구·출구

이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남북회담 사상 최초로 ‘비핵화’가 의제로 정식 논의되고, 한반도 냉전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한 달 간격으로 연쇄적으로 열린다는 것은 분단 73년 만에 처음으로 한반도에서 대결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과 깊게 연동돼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의 경제협력 등 남북 공동번영에 관해서는 올해 안에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서 논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핵보다는 미사일이 큰 문제였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2차 핵실험 뒤였으므로 핵문제가 중요 문제였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과의 문제라면서 의제로 삼으려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놀라운 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용의가 있다고 하면서 처음으로 남북회담에 비핵화를 의제로 올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판문점에서도 교신이 안될 정도였는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예상치 못한 큰 변화가 오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는 냉전체제를 종식시키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말했다.

■ 북 ‘정상국가화’ 미 ‘트럼프 요인’

토론자들은 한반도 정세 변화를 위한 환경이 조성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일관성 있는 한반도 정책,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는 북한의 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특한 협상 스타일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평창 올림픽에 관한 전망이 극히 암울하던 시기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잘 치러서 한반도 평화 계기로 삼겠다고 끊임없이 밝히고 실천했다”며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자고 미측에 제안했다고 밝힘으로써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나올 시간과 여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북한을 다녀올 수 있었다는 것은 한·미 정보당국 간 협의도 긴밀히 이뤄졌다는 방증”이라며 “한국 정부의 정보·상황판단, 문제 타개능력을 미국이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 문정인 외교안보특보

“악마는 디테일에 있어…이행과정 두고봐야겠지만 지도자 의지가 제일 중요”

■ 이해찬 전 총리

“김정은, 비핵화 매듭 후 북한 정권창건 기념일 국제적 행사로 치를 구상”

■ 이종석 전 통일장관

“미국 내 북한 불신 팽배, 신뢰 회복할 조치 필요…정부, 중재 대안 마련을”

이 전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과 북한 정권 창건 70주년을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주목했다. 이 전 총리는 “북한이 9·9절(정권 창건 기념일)을 국제사회에 정상적인 국가로 진출하는 좋은 계기로 삼으려는 것 같다”면서 “이를 위해선 7~8월에는 북·미 간에 비핵화와 관련해 매듭을 지어야 9·9절 행사를 국제적 행사로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미국 의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개인적 요인을 중심에 놓고 봐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얻고자 하는 것을 3가지로 예상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과거 대통령들은 못했는데 내가 ‘빅딜’에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을 것, 두 번째는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냄으로써 미국 국민을 위협에서 보호했다고 말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는 그렇게 하는 데 돈 한푼 쓰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을까.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고 했다.

■ 비핵화 위한 ‘선행 신뢰조치’

다만 북·미가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일괄타결 방식으로 비핵화에 합의하더라도 이행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고 토론자들은 전망했다.

문 특보는 “남북한과 미국 사이에 비핵화의 개념은 다를 수 없다. 한국은 포괄적·일괄적으로 합의하고 그다음 이행을 단계적으로 해나가자는 것”이라면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에 이행 과정에 대해선 두고 봐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이 지도자의 의지”라고 말했다. 지도자의 의지가 있으면 실무선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북·미가 포괄적·일괄타결을 한다 해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불신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북한이 기만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며“포괄적·일괄타결이 잘 이행될 것이라는 신뢰를 국제사회와 미국에 보여주려면 선행 신뢰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거나 장거리 미사일 시설물을 불능화하고, 미국은 민생 제재를 일부 완화한다거나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각자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한 정부도 창의적 대안을 마련해 북·미를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이 전 장관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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