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떠오른 화두 ‘종전’…“선언만으로 ‘비핵화’ 기대는 성급”

2018.04.18 22:30 입력 2018.04.18 22:41 수정

2007년 노무현 정부, 10·4정상선언에 포함했지만 유야무야

유엔사 해체·남북 경계선 획정·주한미군 등 딸린 문제 복잡

‘종전선언’이 한반도 외교안보 무대에 화두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남북한이 한국전쟁을 끝내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비핵화) 합의를 조건으로, 내 축복을 그들에게 보낸다”고 말하면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추진된 이후 11년 만이다.

청와대도 18일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정부가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반도 전쟁 종식이 정전협정 체제의 한 축인 미국의 ‘축복’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정부는 고무적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종전선언이 성사된다면 1953년 이후 이어져온 불안정한 정전협정 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은 없는 다분히 정치적인 선언이다. 그런 만큼 종전선언만으로 한반도 평화구축 전망이 밝아지는 것인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종전이 되려면 정전체제를 관리해온 유엔사령부 해체, 바다·육지에서의 경계 획정, 주한미군 주둔 여부와 그 성격 규정 등 비핵화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이 대화의 입구에서 종전선언을 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 과정에 힘을 실어주고, 비핵화 완료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출구로 나오겠다는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것과 실제로 종전을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비슷한 방식을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바 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베트남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논의를 시작했고 이듬해 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을 완전히 종식하자’는 선언적 원칙에도 공감했다.

그러나 한·미 간 동상이몽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 같은 구체적 표현에 집중했고, 부시 전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되면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북한이 원한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주장에 부시 정부는 부정적이었다.

또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종전선언 추진 합의가 포함됐지만,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가 되면서 동력을 잃었다. 정부가 “남북 간 협의에 ‘1’을 쏟는다면 한·미 협의에 ‘3’을 공들인다”(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고 할 정도로 미국과 조율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보다 국내 정치에서 점수를 얻는 데 더 관심이 많다면 선언 도출은 어렵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잃을 게 없다. 정상회담을 멋지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실제로 멋지게 되면 점수를 딸 수 있다”면서 “다만 선언만으로 비핵화가 된다는 기대를 갖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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