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야당 겨눈 박 대통령…“경제, 백날 말로 걱정하면 살아나나”

2015.12.07 22:51 입력 2015.12.07 23:34 수정

‘관심법’ 처리 국회 압박

박근혜 대통령이 정기국회 폐회를 이틀 앞둔 7일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렀다. 노동구조 개편 법안, 테러방지법안 등 주요 법안의 연내 처리를 당부하며 긴장의 끈을 죄려는 의도였다.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이다.

박 대통령은 단순히 요청을 넘어 법안 처리 여부를 내년 총선과 연계했다. “주요 법안 처리가 안된다면 총선에서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다시 ‘심판론’을 제기한 것이다. 야당이 주요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5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중요한 마지막 19대 정기국회 때 해야 할 것은 좀 마무리해서 경제에 대해 든든한 뒷받침을 꼭 해주셨으면 한다”면서 노동 5법 등 주요 법안의 연내 처리를 강조했다. 테러방지법의 국회 계류를 두고는 “국민 안전을 무엇보다 생각해야 하는 정치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연내 처리를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뒷모습), 원유철 원내대표와 만나 노동구조 개편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연내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오른쪽)이 배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뒷모습), 원유철 원내대표와 만나 노동구조 개편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연내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청와대에선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오른쪽)이 배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 ‘뭘 했느냐, 도대체’ 이렇게 국민들이 바라보지 않겠는가” “국회가 일자리를 기다리는 국민 기대를 허무는 일”이라고도 했다. 국회를 상대로 법안 처리를 재촉한 형식이지만, 이들 법안 처리에 비협조적인 야당이 총선에서 심판을 ‘받아야 하고, 반드시 받을 것’이라는 ‘야당 심판론’을 제기한 것이다.

또 “걱정을 백날 하는 것보다 지금 경제활성화법들, 노동개혁법들을 통과시키다 보면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 삶도 풍족해진다” “한숨만 쉬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가”라고도 했다. ‘야당이 말로만 경제를 걱정한다’는 비판을 담은 ‘중의적 언급’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 심판론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지난 6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으며,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선 “국회가 이것(법안들)을 방치해서 자동 폐기된다면 국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국무회의 때도 “립서비스만 한다” “자기 할 일은 안 한다” “위선”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선 더 강한 톤으로 법안 처리를 요구하며 야당을 비판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도 야당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대국민담화 등 ‘대국민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도 야당을 비난했다. 김 대표는 “노동관계법은 국가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법이고, 또 테러방지법은 국민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법인데, 이것을 협조 안 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데”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야당은 완전히 귀를 막고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 대표와 잠시 ‘독대’했지만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야당 심판론’을 거듭 부각시키고, ‘여당 물갈이’를 주도하면서 총선을 ‘박근혜 선거’로 만들려 한다는 의구심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한 반론도 많다. 노동 관련 법만 해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조차 여권이 무리한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법이 처리 안돼 경제가 어렵다’는 식의 논리를 펴지만, 현 경제팀의 책임을 국회로 떠넘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가정보원 권한 비대화와 그로 인한 인권침해 우려 등 부작용은 외면한 채 테러방지법 처리만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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