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늑장보고·내부싸움… 두 번 사과한 청와대

2013.05.12 22:40 입력 2013.05.12 23:13 수정

‘윤창중 성추행’ 일파만파… 국정능력·도덕성 치명타

이남기 청 홍보수석 사의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중 벌어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이후 취한 대응은 청와대가 국정운영 능력, 도덕성 등에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국정의 사령탑인 청와대답지 않게 공직 기강 해이에서부터 늑장 보고, 허위 브리핑, 책임 떠넘기기, 위기 관리 미숙 등 심각한 난맥상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은 첫 해외 순방 때 인턴 직원을 술자리에서 성추행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부하인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발생 직후 인지하고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만 하루가 지난 뒤였다. 이 홍보수석은 “사건 당일 저녁에 보고드리려 했으나 대통령 일정이 너무 바빠 다음날 아침에 보고했다”고 했다. 한국에 있던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는 마지막 순방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귀국하기 직전에야 보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더구나 “신고된 이상 경찰 수사는 불가피하다. 미국에서 소환돼 조사를 받든, 한국으로 돌아가 조사를 받든 수사받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사실상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종용했다. 당시 청와대 측은 윤 전 대변인의 도피성 귀국 사유를 두고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거짓해명을 했고, 귀국도 ‘윤 전 대변인의 개인 결정’이라고 했다.

<b>고개숙인 대통령 비서실장</b>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일어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고개숙인 대통령 비서실장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일어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귀국 후 대응도 청와대답지 않았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혐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귀국은 상관인 이 홍보수석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홍보수석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100% 기억나진 않지만 귀국하는 게 좋다고 얘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대변인실 전광삼 선임행정관은 “(윤 전 대변인이)그렇게 당당하고 자신있으면 지금 다시 나가 미국에서 조사받으면 된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당초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사유를 집안일 때문이라고 허위로 설명한 것에는 “당시에는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고 무책임하게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윤 전 대변인 개인 문제로 몰아갔다. 순방 도중 벌어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외교적 망신 등 유례없는 사건에도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이 홍보수석 명의로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참모들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책임을 피하려는 짧은 생각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결국 허 비서실장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무조건 잘못된 일로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국민 여러분, 피해자 본인과 가족, 친지들, 해외동포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 문제에 책임을 지고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귀국 직후인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허 실장도 사태의 향방에 따라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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