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윤창중 진실게임 - 도피 귀국 논란

2013.05.12 22:35

(1) 귀국 종용했나
윤 “이남기가 귀국 지시” 이 수석 “윤창중 본인이 결정”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귀국하는 과정이 명쾌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 본인 결정”이라고 했지만 윤 전 대변인은 “이남기 홍보수석이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첫번째 쟁점은 청와대의 ‘귀국 종용’ 여부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밤 브리핑에서 귀국 결정은 윤 전 대변인이 단독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관인 홍보수석에게 보고하지 않고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등 중요한 행사가 남아 있는 와중에 혼자서 귀국 결정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b>꽉 다문 입</b>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 기자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꽉 다문 입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 기자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남기 수석이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잘못이 없는데 왜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느냐. 그럴 수 없다.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이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 수석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윤창중씨를 불러 이런 일이 있는 게 사실이냐고 물었고, (미 연설로) 시간이 워낙 급해서 대변인실 선임행정관인 전광삼 국장과 행정요원들과 같이 상의해서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황상 100% 기억나진 않지만 제가 귀국하는 게 좋다거나 얘기한 건 없다”고 말했다. 설사 청와대가 귀국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윤 전 대변인이 귀국한다는 사실은 청 관계자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귀국에 관여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 항공편 예약은
‘윤창중 귀국’ 이미 결정한 후 누군가 사전예약

두 번째 쟁점은 항공편을 누가 언제 예약했느냐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당시 이 수석이 귀국에 대해 언급한 뒤 “오후 1시 반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짐을 찾아서 내가 머물고 있는 윌러드 호텔에서 받아서 나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전광삼 선임행정관이 윤 전 대변인과 수시로 통화하며 대책을 논의하면서 윤 전 대변인이 ‘항공편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 수석도 “내가 비행기를 예약한 적이 없다. 전 행정관과 상의하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어느 쪽 주장이 맞든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이 영빈관 앞에서 마주친 시간은 길게 잡아 오전 9시10분에서 9시30분 사이다. 워싱턴에서 덜레스 공항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거리고, 공항의 비행기 티켓 발권 시간이 오전 9시54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티켓을 누군가 사전 예약했다는 뜻이다.

티켓 예약 주체도 논란 대상이다. 청와대 측에서 미 문화원을 통해 귀국 항공편 시간을 문의한 것은 사실이다. 여권도 미 문화원장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윤 전 대변인이 아닌 제3자가 예약했을 경우가 있지만, 이 역시 청와대 부탁이나 지시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윤창중 진실게임 - 도피 귀국 논란

(3) 수사지역 문제
청 “한국·미국 중 선택” 언급 논란

윤 전 대변인에게 수사를 미국에서 받을지 한국으로 돌아가 받을지를 선택하라고 말했다는 부분에서도 양측 주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윤 전 대변인이 혼자 임의로 귀국했는지, 아니면 지시에 의해 돌아왔는지를 가리는 민감한 사안임에도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광삼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당시 윤 전 대변인에게 “일단 미국 경찰에 소환돼서 조사받는 수도 있고, 그 다음에 수사 공조 체제가 되어 있으니까 귀국해서 수사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잘못이 없는 만큼 수사를 받아도 현지에서 받겠다고 말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혐의를 받는 용의자에게 ‘현지 경찰 조사를 받는 방법’과 ‘귀국해서 한국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방법’이 있다고 언급한 것 자체가 귀국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논란을 종결하려면 청와대가 명쾌히 설명해야 한다.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귀국을 종용했거나, 이것이 아니라도 소극적으로 도피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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