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업무보고

건설 대기업에 중개·이사·세탁업 등 ‘골목상권’까지 넘기나

2015.01.13 21:45 입력 2015.01.13 22:04 수정

기업형 임대주택 논란

업체엔 대출·세금감면 특혜… 전세 없고 월세는 비쌀 전망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 무주택 중산층 요구와 거리

정부가 13일 내놓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은 조기 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부여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임대사업자가 이사·중개·세탁 등 부속 서비스 분야에 진출토록 함으로써 대기업에 또 하나의 ‘골목상권’을 넘겨줬다는 지적도 받는다. 정책대상인 무주택 중산층의 수요를 제대로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의 새해 첫 합동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왼쪽),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등과 함께 정부세종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의 새해 첫 합동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왼쪽),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등과 함께 정부세종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경제부처 업무보고]건설 대기업에 중개·이사·세탁업 등 ‘골목상권’까지 넘기나

정부는 동사무소나 우체국 등 국·공유지, 학교를 지으려다 남은 땅,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부지를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저렴하게 제공키로 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한다. 재개발·재건축조합이 땅 일부를 민간 임대주택용으로 내놓으면, 아파트를 더 높게 지을 수 있게 해준다.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겐 연 2~3%로 주택기금을 대출하며, 임대기간이 길수록 금리를 낮춰준다. 임대기간에는 원금을 상환할 부담도 없다.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개발면적 1만㎡ 이상)로 지정되면, 승인 절차를 4단계에서 1~2단계로 줄여 임대주택을 1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취득세와 양도세, 소득세, 법인세도 대폭 감면해준다. 정부는 임대사업자가 집을 짓고 관리하는 일뿐 아니라 중개, 이사, 세탁, 청소, 육아, 가구·가전 렌털 등을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허가하기로 했다.

이런 전방위적 혜택을 주는 이유는 리츠 사업자(건설사·투자자·임대관리사가 공동 설립)나 대형 건설사가 임대사업에 뛰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임대주택의 80%를 개인에게 의존하는 국내 현실을 바꿔, 일본처럼 한 사업자가 기업형으로 수천채씩 관리토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세입자는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관리받고, 건설업계는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민 사업도 아닌 분야에서 업계 수익 보장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파트 분양 시장의 열기가 진정되고 임대사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분양에서 임대로 패러다임이 옮겨갈 수 있는데도 정부가 조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형 사업자가 건설부터 주택관리, 이사, 중개, 세탁 등 서비스를 독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동산 골목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사업자가 직접 하기보다 지역 기업에 맡기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했지만, 재벌들의 그간 행태를 본다면 직접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무주택 중산층이 기업형 임대주택을 반길지도 의문이다. 기업형 임대사업자는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보증금보다 월세를 높게 설정한다. 정부가 초기 임대료에 상한선을 두지 않았고, ‘분양주택만큼 질 좋은 임대주택’을 천명한 만큼 수도권에 고가의 임대주택이 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주택 중산층은 보증금이 높고 월세가 낮은 집, 주거비를 아껴 주택 구입의 기반을 마련해 줄 집을 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자적 시각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책이 연착륙하려면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낮춘 집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거주자가 분양전환을 요청할 수 없게 했다. 지금은 세입자가 2년6개월이나 5년 동안 시세보다 싸게 임대아파트에 살다가 분양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분양전환을 의무화한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임대주택이 자꾸 분양돼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정작 무주택 중산층은 ‘분양전환 임대주택’을 선호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분양전환되는 임대주택이 신혼부부에게 내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며 “이들에 대한 안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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