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먼지 국제협력이 나아갈 길

2019.05.14 20:52 입력 2019.05.14 20:55 수정
이태동 |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오염물질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국경을 훌쩍 넘어버리는 월경성(transboundary) 오염물질은 관할권의 충돌과 오염원인-피해 간 책임 충돌을 야기한다.

[기고]미세먼지 국제협력이 나아갈 길

자연의 원리에 따라 편서풍이라는 바람의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 즉 계절과 대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아시아 대륙과 중국에서 미세먼지와 월경성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유입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월경성 오염물질 저감의 비용과 편익, 국력과 여론의 비대칭성은 한·중 간,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의 환경 협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동아시아 지역 월경성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의 비전과 제도를 만들 것인가?

필자는 2015년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체결된 파리협약(Paris Agreement)과 유사한 제도적 모델을 제시한다. 동북아 대기오염 협약은 생존을 위한 공동 목표 설정,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NDC), 재원 마련, 경험 공유, 이행의 측정·보고·검증(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제협약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

우선, 지금까지의 환경 협력의 결과물처럼 협력 강화 양해각서, 센터 설립 등의 결과물이 아닌 각 국가에 구속력 있는 다자간 국제협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참여 국가의 책임과 피해 배상이 다자간 국제협약의 주된 내용이 된다면, 협약 자체가 형성되기 힘들 것이다.

대신 자발적인 국가결정기여, 즉 자국 내에서 어느 정도의 오염물질을 언제까지 어떻게 줄이겠다는 것을 스스로 결정·공표하고 이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각국의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공동 저감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각국의 구체적인 저감 목표를 설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협력의 내용은 경험 공유, 공동 재원 마련, 측정·보고·검증의 확립이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미세먼지 배출 저감이 가능 혹은 불가능한가에 대한 기술과 정책 공유가 국가 자발적 기여 협약의 중추이다.

미세먼지 저감의 성공 경험도 중요하지만 실패 경험도 공유될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기술, 정책, 인적 자원의 공유를 위한 재원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 투명성과 측정·보고·검증 방안을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당사자들과 함께 점검할 필요도 있다.

바람의 흐름은 막을 수 없어도, 관할권 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 한 국가가 아닌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하에서 산업계, 시민,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도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대기 환경을 누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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