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파괴된 농지·주거지 등…인수공통 전염병 동물 ‘급증’

2020.08.07 06:00

영국 과학자들 7000곳 조사

개발 지역에 사는 참새류

병원균 보유 개체 96% 늘어

“팬데믹은 자연의 SOS 신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자연이 인간에 보내는 SOS신호다.”

지난 6월 잉거 앤더슨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의 경고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류가 자연을 파괴해 개발한 곳에서는 인수공통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동물 개체 수가 2.5배 늘어난다는 논문이 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에 공개됐다. 무분별한 개발로 터전을 잃은 동물들은 더 많은 질병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인간과의 접점을 늘려왔고, 이는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맹위를 떨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영국 런던대, 런던동물학회, 임피리얼칼리지 공동연구진은 6개 대륙에서 농지·주거지 등으로 개발된 야생동물 서식지 7000곳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지역에서 인수공통 전염병을 지닌 동물 개체 수가 2.5배 늘어났고, 인간에게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동물종 비율도 70%나 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간이 개발한 지역에서 살게 된 참새류는 야생 상태일 때보다 병원균을 가진 개체가 96%나 늘어났다. 같은 조건에서 박쥐류는 45%, 설치류는 52%나 더 많은 병원균을 갖게 됐다.

연구에 참여한 런던동물학회의 데이비드 레딩은 “참새류, 박쥐류, 설취류 등 몸집이 작은 동물들은 터전을 잃고 생존을 위협받자 질병을 이기기 위한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대신, 자손을 더 많이 퍼뜨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면서 “결국 더 많은 병균을 가진 상태로 적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뇌염의 일종인 웨스트나일바이러스는 모기는 물론 조류를 통해서도 퍼진다. 1930년대 처음 보고된 이후 거의 발견되지 않다가 1990년대 말부터 유럽을 넘어 미국 뉴욕에까지 번졌다. 참새 등 작은 조류들이 바이러스를 가진 채로 도시에서 적응해 인간에게 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됐다.

지난달 6일 유엔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지카 바이러스 등 전염병의 75%가 동물에서 유래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진은 “개발 이익보다 전염병 유행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훨씬 크다”며 “생태계 파괴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피해·치료비용(약 1경3600조원 추정)의 2%만 매년 생태계 보호에 투자해도 다음 팬데믹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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