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버 퇴출, 그 후

2020.08.29 16:16 입력 2020.08.29 17:24 수정

GZSS 안정권·‘왕자’ 배인규 등 극우 유튜버의 몰락… 채널·영상 삭제 후 잇단 폭로전

극우 유튜버 퇴출, 그 후

8월 25일 새벽 극우유튜버 안정권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튜브에는 안씨를 제목으로 내건 영상 백여건이 등록되었다. /강수산TV, 유튜브캡쳐

8월 25일 새벽 극우유튜버 안정권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튜브에는 안씨를 제목으로 내건 영상 백여건이 등록되었다. /강수산TV, 유튜브캡쳐

“우리 쪽에서는 그 사람들을 우파로 보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돈파’죠.”

8월 25일 기자와 통화한 송영훈씨의 말이다. 송씨는 ‘개소리타파TV’라는 우파성향 유튜브채널 운영자다.

그가 말하는 ‘그 사람들’이란 ‘국내 최초의 반공회사’라고 주장하는 GZSS의 실질적인 소유자 안정권씨와 ‘왕자’라는 이름의 유튜브채널을 운영하는 배인규씨 등을 말한다.

송씨는 앞서 이들을 극우 유튜버로 규정한 것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극우나 보수와 같은 ‘이념’이 아니라 ‘돈’이라는 주장이다.

8월 하순 시사 유튜버들 사이에 떠오른 핫 키워드는 ‘안정권’이었다.

유튜브상에서 그의 사생활 등에 관한 잇단 폭로전 끝에 8월 25일 새벽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안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 키워드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안씨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건 영상들이 100여건 등록되었다.

지난 6월 기자는 안씨와 안씨 회사 GZSS에 대한 보도를 했다. 앞서 언급한 송영훈씨 폭행 사건이 계기였다. 설전 끝에 안씨 지지자들이 송씨가 거주하고 있는 대구에 몰려가 송씨를 폭행했다. 폭행 장면은 당시 실시간으로 방송 중이던 송씨의 유튜브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안씨는 아스팔트 우파에서 떠오르는 신예였다. 아스팔트 우파의 이른바 ‘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집회’도 그와 그가 이끄는 GZSS가 앞장섰다. 회사라고 하지만 이들이 유튜브 슈퍼챗, 해피나눔 등을 통해 거둬들이는 후원금은 한때 한 달에 수억을 찍기도 했다.

■ 8월 하순, 유튜브 핫 키워드 ‘안정권’
그리고 몰락. 6월 25일 안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GZSS의 채널(GZSS TV·GZSS 엔터) 등이 삭제됐다. 사실상 퇴출이다.

임시방편으로 다른 극우성향 유튜브채널에 찬조 출연하거나 삭제에 대비해 개설해둔 임시계정 등을 통해 활동하기는 했지만, 수익은 예전 같지 않았다. 안씨는 카페 공지 등을 통해 유튜브가 아닌 비메오로 활동터전을 옮긴다고 밝혔다.

수익이 줄어들면서 내부분란이 불거졌다.

GZSS 회사는 ‘우연단’이라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진 봉사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우연단’ 간부들이 그의 사생활과 자금 유용 등을 폭로하고 나서며 갈라서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원금 반환소송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한때 안씨와 5·18 유공자 명단 공개운동을 주도했던 우파 유튜버 ‘유s’가 안씨 사생활 문제를 폭로하면서 몰락은 가속화됐다.

앞서 송씨가 “안씨는 우파가 아니라 돈파”라고 주장하는 것은 안씨의 ‘아스팔트 우파’ 활동의 진정성을 문제 제기하고 나온 것이다.

기자는 안씨에 대한 기사를 두 차례 쓴 후 과거 그와 가까웠던 지인들의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제보자들은 “안씨가 유튜브방송에서 밝힌 자신의 과거 행적은 대부분 과장이거나 미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적인 것이 “세월호 설계에 관여해 감옥에 갔다”는 주장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안다는 이 지인은 “감옥에 간 것은 세월호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며, 개인 비리가 드러나 회사가 배임 횡령으로 고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권씨는 극단적 선택 직전인 8월 23일 올린 ‘죄송합니다 안정권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자신이 감옥에 간 것은 세월호와 무관한 일이 맞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지인은 ‘아스팔트 우파판’을 선택한 것은 그가 게임을 통해 습득한 ‘전략적 사고’ 덕분일 것이라는 추론을 내놓았다.

“언젠가 방송을 보니 자기의 게임 실력을 자랑하기도 하던데 사실이다. 안씨의 게임 실력은 국내 탑급을 찍었다. 유튜브에 보면 안씨와 같이 보수집회 판을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모두 게임하다 만난 사람들이 아닌가 의심한다.”

안씨와 안씨를 따르는 사람들이 이념으로 묶인 사람이 아니라 이른바 ‘우파코인’을 털기 위해 이쪽 세계에 들어온 ‘작전세력’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돈벌이다. 배씨가 유튜브로 돈을 벌 생각은 이게(왕자채널) 처음이 아니다.”

‘왕자’ 배인규씨에 대한 제보다. ‘왕자’ 채널 개설일은 지난 2월 25일이지만 배씨는 지난해 5월 18일 개설된 ‘유튜브 시둥이’ 채널의 제작자였다. 제보자가 “배씨의 관심은 우파이념이나 정치가 아닌 돈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이 두 극우·반페미니즘 성향 채널 이전에 배씨가 개설했던 채널이다.

채널명은 ‘잠재적 범죄자’였다. 다루는 내용도 남자 헤어스타일 만지는 법, 직장상사에게 예쁘게 말하는 방법 등 정치와는 거리와 멀었다.

“원래는 정치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배씨도 ‘정치엔 관심 없다’라고 종종 말하곤 했다. 그러다 배씨가 하루종일 매달려 있던 일간베스트저장소와 DC인사이드 등 인터넷 게시판에 우파코인 이야기가 나오면서 급하게 관심을 갖고 만들어낸 것이 시둥이 채널이었다.”

제보자는 ‘유튜브 시둥이’ 채널도 사실상 배씨가 아이디어에서부터 내용까지 다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씨가 말은 진짜 잘한다. 광주에서 휴대폰 판매는 진짜 잘했고 퍼포먼스도 뛰어났다. 배씨가 없을 때 배씨로부터 휴대폰을 산 사람이 매장으로 와서 ‘뭐가 홀린 것 같다. 돌아가서 생각해보니 왜 샀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환불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기자의 보도 후 배씨는 시둥이(송시인씨)와 자신이 부부라는 의혹 제기와 관련,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현재 이 영상은 삭제되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이전부터 끈질기게 돌았다. 안정권씨와 마찬가지로 배씨 부부 사생활에 대한 제보도 많았지만, 기사에서 거론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도 후 기사가 문제 삼았던 5.18 영상이나 논쟁하던 유튜버 거주지를 돌며 공개협박방송을 한 영상 등은 유튜브 측에 의해 삭제되었다. 배씨 부부는 최근 거주지를 안정권씨 사무실이 있는 인천 송도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 결국 이념 아닌 돈이 목적?
안씨와 배씨가 만나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무렵이다. 전 ‘우연단’ 간부였던 인사는 두 사람이 ‘돈으로 묶인 이권 공유 관계’로 추론한다. “돈이 되니까 모임을 하고 서로 돈을 나누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슈퍼챗으로 쏠 수 있는 액수의 한도가 50만원이다. 그런데 매번 꼬박꼬박 액수를 채워 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회장님이라고 부르고 대접해준다. 안정권이 잘 나갈 때 그런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 아주머니인데 그 사람들이 안정권이 오프라인 집회에 나갈 때 입은 명품옷, 머리 이런 것까지 다 해준다. 배씨와 송씨가 집회용 차량 모금한다고 했을 때 큰돈을 쏴준 사람들이 누군지 체크해 보라. 안씨나 GZSS 주변에서 회장님으로 모시던 사람들이다.” 실제 지금은 삭제된 배씨의 모금영상에서 거론된 이들을 보면 최근 GZSS 내부분란에서 이탈한 것으로 거론되는 ‘회장님’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안씨 등과 대립하고 있는 유스(이유진씨)는 8월 27일 계속된 폭로방송에서 “지난 총선 전 자신과 배씨 부부 앞에서 안정권씨는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이길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이 바닥(우파유튜버)에서 돈을 벌기 어려워진다. 그게 걱정이다’라고 발언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는 “표방하는 것은 이념 같지만 실제로는 돈벌이라는 주장은 진보·보수를 떠나 대체적으로는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소위 ‘우파코인’을 둘러싸고 노출되는 잡음처럼 보이지만 진영을 떠나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기존의 공론장이 극좌나 극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하지 못하다 보니 정치성향을 떠나 욕설이나 극단적인 주장이 득세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유튜브라는 공간의 한계”라며 “극단화로 치닫는 공론장을 정리하고 다양한 여론을 포괄해야 하는 것은 다시금 언론의 역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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