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혐오국가’ 된 폴란드서 수천명 LGBT 인권시위

2021.06.21 20:29

19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시내에서 LGBT(성소수자) 평등행진이 열리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시내에서 LGBT(성소수자) 평등행진이 열리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27개국 중 동성애 혐오가 가장 심한 나라’로 꼽히는 폴란드에서 19일(현지시간) LGBT(성소수자) 평등행진이 열렸다. 2년 만에 열린 대규모 LGBT 행진에서 수천명의 성소수자들은 서로를 보듬고 연대하면서도 점차 심해지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시내에서 수천명이 성소수자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행진을 했다. 시민들은 건물 발코니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이들을 응원했다. 바르샤바 시장 라팔 트르자스코프스키는 성소수자 지지 의사를 밝히며 행진의 선두에 섰다.

올해는 바르샤바 LGBT 평등행진 20주년을 맞는 해이지만 참가자들은 기쁨보다는 슬픔과 무력함을 토로했다. 주최측은 “우리 공동체는 정치적 전쟁에 이용돼 왔다”면서 “평등행진을 하는 날이 가장 씁쓸한 순간이 됐다”고 밝혔다. 행진에 참여한 22살 실베스터 키모차스키는 “폴란드에서 점차 커지는 성소수자 혐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 했다.

19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시내에서 LGBT(성소수자) 평등행진이 열리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시내에서 LGBT(성소수자) 평등행진이 열리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폴란드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건 정치인들이다. 지난해 대선에 성공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동성애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노골적으로 성소수자를 탄압해왔다. 그는 “동성애가 공산주의보다 더 위협적”이라면서 혐오와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폴란드 우파 정부는 전국에 성소수자는 들어갈 수 없는 ‘LGBT 프리존’을 만들고 동성커플이 아이를 입양하면 형사처벌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유럽연합은 폴란드의 반인권적 정책을 공개비판하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의미로 지난 3월 EU 27개 회원국 전체를 ‘LGBT 프리덤존(성소수자 자유지역)’지정하는 결의안 채택하기도 했다.

문제는 폴란드를 넘어 헝가리에서도 성소수자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헝가리 의회는 지난 15일 미성년자들이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된 미디어 콘텐츠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소아성애방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권단체들은 법안이 성소수자 기본권을 침해하며, 이들을 차별 속에 내몰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폴란드 평등행진에 나온 활동가 바르트 스타제프스키는 헝가리 국기를 들고 “헝가리가 폴란드 다음 차례(성소수자 혐오국)가 될 것”이라고 했다.

폴란드와 헝가리 모두 극우 민족주의 정부가 정권을 잡은 뒤 소수자를 향해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가톨릭 신자가 대다수인 보수적 분위기를 이용해 ‘혐오 정치’를 펼치며 입지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헝가리 LGBT 단체인 해터소사이어티 이사장 타마스 돔보스는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가족적 가치에 호소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고 있다”면서 “선거 전략으로 소수자 혐오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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