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만난 시진핑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중국·브라질,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4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시 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을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4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시 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우군을 얻기 위해 개발도상국을 공략하고 있는 중국과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브라질이 손을 잡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교역과 투자, 기후변화, 5세대 이동통신(5G)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양자 협력 강화 문건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또 ‘탈달러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화창하고 꽃피는 봄에 베이징에서 옛 친구를 다시 만나니 무척 친근감을 느낀다”며 “(룰라 대통령은)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앞서 2003∼2010년 대통령 재임 기간 두 차례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과 브라질은 동·서반구의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자 중요 신흥시장국으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로서 광범위한 공통 이익을 갖고 있다”며 “룰라 대통령과 전략적높이에서 협력해 신시대 중국·브라질 관계의 미래를 이끌며 양국 국민에 더 많은 복지를 가져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은 중국식 현대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 추진하고 있다”며 “새로운 여정에서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고 새로운 발전 패턴 구축을 가속화해 브라질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미주 이외 지역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은 국제사회 각 영역에서 중요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화답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중국이 5G 영역에서 거둔 성과에 찬사를 보내고 중국 기업의 브라질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자주의 강화와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화와 협상만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출구라면서 정치적 해결 방안에 대한 지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후 무역, 투자, 교육, 보건, 디지털 경제, 정보통신 등 20개 이상 분야에서 양자 협력 강화 문건에 서명하고 두 나라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CCTV는 전했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은 경제적 이해 관계를 고리로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남미 국가들을 공략하려는 중국과 거대 중국 시장 접근을 확대하면서 미·중 사이 균형을 잡으려는 브라질의 상호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룰라 대통령 방중과 양국 정상회담에는 극우 성향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시절 국제사회 고립으로 약화된 자국을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룰라 대통령의 의지와 집권 3기 들어 미국과의 체제 경쟁을 본격화하며 국제사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 주석의 의도도 맞물려 있다. 이를 보여주 듯 지난 12일 상하이에 도착한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이 세계 주요 결정에 불참했던 시기는 지났다”며 “우리는 국제 무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의제로 삼은 것도 이런 양측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 룰라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현지 언론에 “브라질이 전쟁 종식을 위해 특별한 기여를 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 역시 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룰라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놓고 브라질이 탈서방 독자 노선을 추구하면서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전날 상하이에서 브릭스(BRICS)가 설립한 신개발은행(NBD) 본부를 찾아 “나는 왜 모든 국가가 무역에서 달러로 결제를 해야 하는지 자문한다. 누가 달러가 (국제 통용) 화폐라라고 결정했느냐”며 ‘탈달러화’를 주장했다. 중국과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 방중에 앞서 양국 수출입 결제와 금융 거래 등에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전날 상하이에서 중국 내 대표적인 미 제재 기업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연구개발(R&D)센터를 방문해 이목을 끌었다. 중국에 대한 기술 규제 등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행보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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