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징집 신병, 전장 투입 며칠 만에 전사 속출···총알받이 신세”

2022.10.17 14:20 입력 2022.10.17 16:55 수정

실태 폭로 동영상·뉴스 확산 중

11일 만에 전선 배치된 신병은

“사격 훈련 딱 1번, 탄창 3개뿐”

방탄조끼·전투화·배낭·붕대 등

기본물품조차 가족이 직접 조달

한 러시아 군인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볼고그라드주 볼즈스키에 마련된 징집 예비군 집결 지점에 모인 예비군들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러시아 군인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볼고그라드주 볼즈스키에 마련된 징집 예비군 집결 지점에 모인 예비군들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동원령으로 징집한 신병이 전장에 투입된 지 며칠 만에 전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병의 실태를 폭로하는 동영상, 뉴스 등이 러시아 당국의 삼엄한 규제를 뚫고 퍼지고 있다. 일례로 한 신병은 동원된 지 단 11일 만에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으로 배치됐다고 NYT에 밝혔다. 그는 “사격 훈련은 딱 한 번 해봤다. 탄창은 3개였다”고 했다. 유포된 영상을 보면 모스크바 제1전차연대에 속한 한 신병은 “연대 사령관이 사격 연습이나 이론 훈련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투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조차 신병과 가족들이 직접 조달하고 있다. 훈련센터 밖에 모인 친척들이 부츠, 모자, 방탄조끼, 배낭, 침낭, 캠핑 매트, 약, 붕대, 음식 등을 울타리를 통해 신병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한 여성은 “우리는 모든 것을 산다”고 전했다. 러시아군 전문가 윌리엄 알베르크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은 “기껏해야 기본적인 것을 주고,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주지 않은 채 신병을 전투에 투입하고 있다. 신병들은 말 그대로 총알받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리만에서 한 경찰관이 폐차된 러시아군 장갑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군으로부터 리만을 탈환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리만에서 한 경찰관이 폐차된 러시아군 장갑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군으로부터 리만을 탈환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월 부분 동원령을 내리며 ‘군 경험을 갖춘 예비군’이 대상이 될 것이라 했지만, 실상 모든 사람을 닥치는 대로 징집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영 타스통신 애널리스트 출신 글레프 이리소프는 “러시아는 전쟁 중 군사 전문가를 많이 잃었다”며 “이제 신병을 훈련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사훈련 체계가 오래도록 매우 취약했다. 훈련 대부분은 서류상으로만 진행됐다. 평시에도 그랬기 때문에 전시에는 더욱더 어렵다”고 말했다.

성급한 전투 투입은 결국 신병들의 전사로 돌아오고 있다. 전쟁을 찬성했던 한 군사 블로거는 “동원령의 결과는 훈련받지 않은 이들이 최전선으로 던져지는 것”이라며 “관이 이미 도착하고 있다. 훈련도 할 것이고 일주일 만에 최전선에 보내진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또다시 거짓말을 했나”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 당국은 지난 13일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신병 다수가 전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중 5명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사망했다. NYT는 전사자의 지인 증언을 보도한 BBC 러시아를 인용해, 이들이 전투 훈련 없이 “인간 방패처럼” 전선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한 기자도 훈련 없이 전투에 투입된 28세 신병이 징집된 지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치칼롭스크에서 러시아군에 입대하는 한 남성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치칼롭스크에서 러시아군에 입대하는 한 남성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정확히 얼마나 전사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서방 정보기관에서는 지난 2월24일 개전 이후 약 20만명이 배치돼, 이중 3분의 1에서 절반 가량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6만~10만명 수준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화상연설에서 “러시아군 전사자가 6만5000명에 근접했다”면서 “지금처럼 러시아의 ‘매장 작전’ 방식이 계속된다면 10만명의 러시아 시민이 죽어도 크렘린의 생각은 조금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병 1만6000명이 전투 부대에 배치됐고 일부는 5~10일간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강경파 의원 안드레이 구루레프는 러시아가 제대로 훈련받은 부대를 전투에 투입하려면 적어도 두 달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러시아가 군의 질보다는 양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스웨덴 국방과학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 요한 노르베리는 “러시아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간을 들여 제대로 된 병사를 양성하며 그동안은 전투에서 패배하는 것을 감수하거나, 또는 당장 낮은 수준의 신병을 전투에 투입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