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마차야는 안 돼…조혼으로부터 소녀들을 지키자”

2021.08.09 21:26 입력 2021.08.09 21:29 수정

14세 소녀의 출산 중 사망 후
짐바브웨서 ‘조혼 처벌’ 탄원

“코로나로 인한 학교 폐쇄 땐
미성년 강제 조혼 늘어날 듯”

짐바브웨에서 14세 소녀가 아이를 낳다가 목숨을 잃었다. 소녀의 이름은 메모리 마차야. 지난해 가족들의 강요로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했다. 첫째 아이를 낳던 마차야는 동부 마니칼랜드주 마랑주의 사도교회 안에서 사망했고, 교회 부지에 매장됐다. 지난달 15일은 마차야 아들의 생일이자 마차야의 기일이 돼버렸다.

BBC는 8일(현지시간) 짐바브웨에서 14세 소녀가 아이를 낳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자 조혼 풍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들은 신부지참금 제도로 인해 소녀들이 물건처럼 팔리고 있으며, 일찍 결혼한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둬야 할 뿐 아니라 가정폭력과 성학대에도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차야의 사연이 지난주 현지 언론에 보도되자 짐바브웨 시민들은 분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조혼을 당장 끝내라’ ‘메모리를 위한 정의’ 등의 해시태그가 올라왔다. 온라인 청원사이트 ‘change.org’에는 조혼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가 올라왔고, 9일 오전까지 5만9000명이 넘게 서명했다.

조혼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짐바브웨 경찰과 성별위원회는 지난 6일에야 뒤늦게 마차야가 죽음에 이르게 된 정황과 이후 매장 과정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의회에서는 미성년자 결혼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의 의결을 추진하고 있다.

짐바브웨 현행법상 18세 이상 여성만 결혼할 수 있지만 정부는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조혼을 눈감아왔다. 유엔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미성년자 결혼 등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은 강력한 처벌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짐바브웨 정부에 아동 결혼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조혼은 특히 짐바브웨의 토착 종교와 기독교가 혼합된 사도교회 신도들 사이에서 만연한 풍습이다. 마차야의 이모 마비카는 “출산 직전 마차야가 두통을 호소했지만 교회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을 막았다”며 “마차야가 죽은 후에도 가족들은 교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짐바브웨 언론 마니카포스트에 말했다.

처가에 신부의 몸값을 지불하는 신부지참금 제도가 남아 있다는 점도 조혼 풍습이 유지되는 이유다. 신부지참금 액수는 지역이나 남편의 재력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지참금으로 신부 1명당 소 6마리 혹은 3000달러(약 340만원)를 지불한다. 짐바브웨의 여성운동가 에버조이스 윈은 트위터에 “짐바브웨에서 여성과 소녀들은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조혼한 소녀들이 임신을 강요받고, 가정폭력과 감금, 성학대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는 이로 인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소녀들은 결혼 전 학업을 중단하며, 결혼 후 학교에 계속 다니더라도 집안일이나 임신 등으로 퇴학하는 경우가 많다. 유엔은 짐바브웨 여성 3분의 1 정도가 18세 이전에 결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짐바브웨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조혼하는 소녀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니세프는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아동 결혼이 이뤄질 가능성이 학교 폐쇄 시 25%, 가구 수입 감소 시 3%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유니세프는 향후 10년간 18세 미만 미성년자 1억1000만명이 강제 조혼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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