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수확철에 '내 땅' 접근권 제한된 팔레스타인 농부들

2021.10.15 17:59 입력 2021.10.15 18:05 수정

한 트위터 이용자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요르단강 서안 도시 라말라의 북쪽에 있는 한 마을에 80그루가 넘는 올리브나무를 베어냈다고 적었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한 트위터 이용자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요르단강 서안 도시 라말라의 북쪽에 있는 한 마을에 80그루가 넘는 올리브나무를 베어냈다고 적었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요르단강 서안에 땅이 있는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매년 10월 올리브 수확철만 다가오면 잔뜩 긴장한다. 자기 소유 땅에 있는 올리브 열매를 수확하려 해도 이스라엘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1년에 사흘 정도만 올리브나무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데다, 수확 과정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알자지라는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자원봉사자 250여명이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큰 지역에 땅을 소유한 팔레스타인 농부를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열흘간 올리브 수확에 동행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활동가들은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남쪽 외곽의 잘루드 마을 등에 등에 투입돼 농부들의 수확을 돕고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행위를 감시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끝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살던 요르단강 서안을 무단 점령하고 자국민 수십만명을 이주시켰다. 특히 나블루스 근처의 팔레스타인 마을은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조직적인 공격을 받는 곳이라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공격 행위에는 폭행과 함께 올리브 나무가 뽑히는 일이 포함된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지난해에만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들 소유의 올리브나무 9300그루가 파괴됐다고 밝혔으나, 팔레스타인 올리브 농장 소유주들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팔레스타인 농부 카셈 알하즈 모함마드(52)는 최근 나블루스의 농장에서 1960년대에 아버지가 심은 올리브나무 150그루와 1980년대 자신이 심은 올리브나무 40그루를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방화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땅에서 벌어진 일에 항의할 수 없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소요사태를 일으켰다가는 이스라엘군에게 농장 접근을 차단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셈은 “그들은 우리가 뭐라도 행동하길 바란다. 그래야 그들이 핑계 삼아 그 지역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년에 사흘 정도만 팔레스타인 농부들의 농장 접근을 허용한다. 카셈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흘 중 이틀은 올리브 나무를 심는 데 쓰고, 하루는 수확하는 데 쓴다. 하지만 그마저 허가되는 경우가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 팔레스타인 농부가 올리브나무에 대한 접근을 허가받은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평소에 나무를 돌볼 수 없는 데다, 기후위기의 영향까지 겹쳐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작황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의 올해 올리브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60%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봉쇄로 경제가 초토화된 팔레스타인에서 올리브 재배는 주요 생계유지수단이자 희망의 상징다. 팔레스타인인 8만~10만명이 매년 10~11월 올리브 수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도시 나블루스산 올리브 오일 비누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피부에 좋기로 유명하다.

팔레스타인 농부들의 요르단강 서안의 올리브나무에 대한 접근 허가 신청 건수 대비 이스라엘의 승인 비율.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 제공

팔레스타인 농부들의 요르단강 서안의 올리브나무에 대한 접근 허가 신청 건수 대비 이스라엘의 승인 비율.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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