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워터’ 요원들 사면에…이라크인 “모욕당했다”

2020.12.24 21:27

바그다드에서 민간인 학살

트럼프, 군사업체 ‘면죄부’

이라크 “재고해달라”성명

이라크가 들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민간인 17명을 학살한 미국 민간 군사업체 ‘블랙워터’ 요원들을 22일(현지시간) 사면하면서다. 희생자 가족들은 “미국이 약속한 정의는 연극에 불과했다”면서 절규하고 있다고 23일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이라크 외무부는 사면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유엔은 “전쟁범죄 처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들은 뒤 “이라크인들의 뺨을 때리고 모욕하는 행위”라고 분노했다고 가디언이 이날 전했다. 당시 총격을 당한 하이더 아흐메드 라비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정의를 약속받았는데, 모든 것이 연극이었다”고 비판했다. 그의 다리엔 총알 파편이 박혀 있다. 총격으로 아버지를 잃은 알 카잘리는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희생자의 친구는 “미국에서 이라크인의 피는 물값보다 싸다”면서 “정의를 외치는 우리의 요구는 미국에서 그저 성가신 것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1월 집권 후 사면을 번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아내와 두 아이를 잃은 하이다르 살만 바그다드대 교수는 “트럼프가 희생자 가족을 대신해서 범죄자들을 사면할 권리가 없다. 유족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재고해달라고 정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니컬러스 슬라튼, 폴 슬러프, 에반 리버티, 더스틴 허드 등 블랙워터 요원들은 2007년 바그다드 니소르 광장에서 외교관들을 경호한다며 기관총, 수류탄 등으로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했다. 9세 어린이를 포함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 17명이 숨졌고, 수십명이 다쳤다. 미 연방법원은 2015년 공격을 주도한 슬라튼에게 종신형, 나머지 3명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으로 이들은 죗값을 치르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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