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독일대사가 본 북한…"김정은, 절대적 독재자 아닌 북한 시스템 부품"

2021.12.30 21:58 입력 2021.12.30 22:49 수정

산케이신문 보도화면 캡쳐

산케이신문 보도화면 캡쳐

토마스 섀퍼 전 북한 주재 독일대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절대적 독재자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시스템의 부품이라고 주장했다.

섀퍼 전 대사는 30일 보도된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절대적인 독재자, 권력자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오히려 그가 절대 통치를 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7~2010년과 2013~2018년 두 차례에 걸쳐 8년 동안 주북한 독일대사로 근무했다.

섀퍼 전 대사는 “김정은이 ‘백두혈통’이라고 불리는 북한의 로열패밀리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권력을 이어받은 것은 아니다”며 “2008년 뇌졸중 이후 체력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약해진 아버지 김정일과 군부 엘리트층 간의 협상 결과”라고 말했다. 섀퍼 전 대사에 따르면 2011년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후 북한 지도부는 중국식 경제개혁을 지향하고 국제사회와의 대화에 긍정적인 온건파와 핵·미사일 개발을 최우선시하고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는 강경파의 권력투쟁이 시작됐다.

그는 김 위원장이 북한 상층부 권력 투쟁 사이에서 정책 결정 과정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섀퍼 전 대사는 “집권한 지 얼마 안 된 김정은은 정책 결정에 관여조차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움직임(권력투쟁)에 압도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은 2012년 4월 연설에서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며 경제개혁에 힘을 쏟겠다는 생각을 드러냈지만, 군부 등이 반발했다”며 “2013년에는 경제개혁과 핵 개발을 동시 추진하는 ‘병진노선’이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인민의 생활을 희생하고 군사를 우선하는 노선으로 회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이 일시 폐쇄된 것도 그 당시(2013년 4월)였다고 말했다.

섀퍼 전 대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군부가 당 방침에 반해 행동한 것에도 사후적으로 승인했다. 그는 2015년 말까지 계속된 일관성 없는 정책과 정치적 통제의 결여가 시사하는 것은 적어도 이 기간에 김 위원장이 의사결정자가 아니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그의 저서 <김정일부터 김정은까지, 강경파는 어떻게 세력을 키웠나>에도 같은 주장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셰퍼 전 대사는 북한 국영 미디어에서 김 위원장의 살이 찐 모습이 강조되고, 연설 중 청중이 김 위원장을 보고 있지 않은 점이 비춰진 것은 김정일 때와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섀퍼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고모부이자 온건파의 대표였던 장성택 처형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는 강경파가 “로열패밀리도 숙청될 수 있다”고 정적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섀퍼 전 대사는 2015넌 이후 권력투쟁은 줄어들었으며, 현재 강경파에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한국과의 경제 격차가 한층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가 북한 내 유입돼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다시 권력투쟁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또 온건파가 부활하더라도 공격적인 대외 정책이 바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섀퍼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북한 내 정치적 위상에 대해서 “김여정의 정치력은 다른 김씨 일가, 예를 들어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보다는 적임이라고 인식되는 데 비롯된다”면서도 “김여정이 얼마나 야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공 서열의 남성 우위 사회인 북한에서 여성을 정부 최고위층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군위 간부들이 젊은 여성에게 충심을 다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김여정이 일정 기간 김정은의 후계를 맡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지도부는 그에 따른 정치적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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