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우크라처럼 될 수 있다”…대만 드리운 불안

2022.03.06 21:55 입력 2022.03.06 23:42 수정

전쟁 상황 지켜본 시민들

중국의 무력 행동 우려 확산

차이잉원 총통 “상황 달라”

불안감 해소 위해 여론 관리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2일 ‘우크라이나와 연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의 마스크를 쓰고 있다. 타이베이 | 로이터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2일 ‘우크라이나와 연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의 마스크를 쓰고 있다. 타이베이 | 로이터연합뉴스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대만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교됐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교전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최근 대만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문구이다. 시민들은 강경한 통일 노선을 걸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대만 무력 침공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만 타이베이의 모스크바-타이베이 조정위원회 대표부 앞에서 열린 평화시위에 참여한 저스틴 황(23)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대만을 침공할 이유를 어떻게 찾을지 알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세계 질서가 바뀌어 독재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 같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아홉 살 된 딸의 손을 잡고 시위에 나선 릴리안 린(50)도 “독재자들이 내리는 결정은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대만도 우크라이나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대 파병 등 적극적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대만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등과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예고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통한 우크라이나 파병이나 우크라이나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에는 선을 긋고 있다. 가오슝에서 온 룽웨이첸(69)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믿을 수 없고, 우리 스스로 대만을 지켜내는 수밖에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타이베이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찰리 마(59)는 “우크라이나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불안정한 지위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무대에서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로비로 대만은 유엔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타이베이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이안 챙(28)은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건 민족이나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면서 “대만은 유엔에 얼굴을 내밀 기회조차 없는데 서방이 우리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긴 더욱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만 당국은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잠재우고 친중세력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자는 주장을 펴지 못하도록 일찌감치 여론 관리에 나선 것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25일 “대만이 처한 상황은 (우크라이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표현했다. 로핑청 대만 행정원 대변인도 “대만이 (우크라이나) 다음 차례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조치들도 시행됐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2일 예비군 재교육 훈련 기간을 2배로 늘렸으며, 입법원(국회)은 지난달 130억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에 86억달러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승인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