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 빵 가격 급등...우크라이나발 '아랍의 봄' 올까 대응 부심

2022.03.22 17:05

지난 9일(현지시간)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주민들이 식량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주민들이 식량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가 세계 식량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아랍 국가에서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아랍 국가들은 식량 가격 폭등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져 2010년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아랍 지역의 식량 안보와 정치적 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생산하는 밀의 절반이 중동 지역으로 수출되는 데 그 수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세계 최대의 밀 수출 국가다.

전쟁 발발로 우크라이나산 밀이 시장에 풀리지 못하자 전 세계적으로 밀 가격은 20% 이상 올랐다. 식생활에서 밀 비중이 큰 아랍권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3월 이후 레바논에서는 가게에서 밀가루가 사라지고 빵 가격이 70% 올랐다. 대학강사 파디아 하미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슈퍼마켓이 기본적인 생필품을 사재기 했다가 비싼 값에 되팔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레바논 경제는 고질적인 금융위기와 식량난에 시달려왔다. 레바논 통화 가치는 2019년 이후 90% 폭락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과 베이루트 항구의 대규모 곡물 창고 폭발로 식료품 가격이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밀 수입량의 90%를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서 레바논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아랍 국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밀 수입량의 80% 이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하는 수단은 전쟁 발발 이후 빵 가격이 50% 올랐다. 이라크에서는 빵과 식용유 가격이 50% 올랐다. 밀 수입량의 절반을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받는 튀니지는 전쟁 후 수입 밀 가격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밀 수입량의 8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전쟁 발발 이후 3주 동안 빵 가격이 25% 상승했다.

이번 전쟁의 여파로 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지난 14일 수단 하르툼에서는 수천명이 빵 가격 인상과 군부 지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9일에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500여명이 빵과 식용유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중동·아프리카 지역 아랍 국가에서 식량 가격은 정치적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2007~2008년 주요 곡물 수출국가의 가뭄과 에너지 가격 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생활고가 악화하면서 이 지역 아랍 국가에서는 2010년 이후 ‘아랍의 봄’으로 알려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튀니지, 이집트, 에멘에서는 정권이 교체됐다. 수단에서는 2019년 빵 가격 급등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로 오마르 알 바시르 당시 대통령이 축출됐다.

아랍 국가들은 유럽에서 새 밀 수입처를 물색하고 밀가루, 파스타, 콩에 대한 배급과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레바논은 모든 밀가루 공급을 빵 생산으로 돌렸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21일 빵 가격을 1㎏당 11.50이집트파운드(약 768원)로 고정시켰다. 이집트는 또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농민들이 생산하는 밀 구입량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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