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에 속아 착각하는 우리의 눈

2018.03.26 21:09 입력 2018.03.26 21:10 수정

다른 이들이 보기엔 좋아 보이지 않는데 자기 눈에만 좋게 보이는 것을 놀릴 때 그럽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요. 그리도 좋냐 하니 그저 좋답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더니, 라며 웃고 말지요.

안경을 쓰면 멀리 그리고 똑똑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경 자체는 안 보입니다. 코앞보다 더 가까이 있어 생기는 맹점이죠. 너무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은 옳게 두루 못 봅니다. 또한 눈 감고 가만히 만져보면 눈꺼풀 위로 도드라진 눈알이 느껴집니다. 그게 딱 콩깍지같이 생긴 눈꺼풀 안에 든 콩알입니다. 그러니 콩깍지가 씌었다 함은 눈을 감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지요. 감은 눈에 뭔들 보이겠습니까.

같은 속담으로 ‘눈에 명태 껍질이 덮였다’도 있습니다. 제대로 보아야 할 것을 또렷이 못 보고 흐리멍덩하게 본다는 뜻입니다. 명태 껍질은 아주 얇지만 창호지마냥 불투명합니다. 보이기는 보이는데 뿌옇게 보입니다. 취한 눈에 미남미녀처럼, 백열전구 아래 셀카처럼, 대상의 온갖 흠결이 흐려지고 깎여 곱게만 보입니다.

맹목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맹목(盲目), 말 그대로 뭐에 씌어 눈이 먼 것입니다. 사람의 눈은 모든 것을 보지만 뇌에 들어가면서 자기 볼 것만 보게끔 걸러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말이 맞습니다.

특정한 상황이나 조건에 속아 본모습을 착각하는 건 아직 다각도로 보는 눈이 열리지 않아서겠지요. 쇼핑 경험 많은 이는 매장의 할로겐 조명을 믿지 않습니다. 옷을 문가로 가져가 내가 찾는 색인지 자연조명에 다시 비춰봅니다. 경험 많은 이가 현명해진 건 그만큼 속아봤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세상 못 믿을 게 그 자리에 있는 자기 눈입니다. 말 안 듣고 제 눈만 믿다 북어 껍질 되면 콩 꺼풀이 더 안 벗겨집니다. 상품평만 보지 말고 인평도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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