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화력발전소 한 달만 쉬어도 숨 쉬기 한결 낫네

2018.04.01 22:27 입력 2018.04.02 15:53 수정

30년 넘은 화전 가동 멈췄더니 미세먼지 저감효과 뚜렷

오염물질 배출기준만 높이면 비용 대비 효과는 좋아지지만 국민 건강 희생은 여전해

초미세먼지 더 많이 유발하는 산업부문 규제 아직까지 미미

노후 화력발전소 한 달만 쉬어도 숨 쉬기 한결 낫네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줄이고 규제를 강화하면 실제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거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배출 기준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시멘트, 금속을 비롯한 여타 산업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은 아직까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노후 발전소 가동 한 달만 멈춰도 효과

노후 화력발전소는 초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질소산화물(NOx)과 이산화황(SO₂)이 다량 배출되는데,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초미세먼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가 자체적으로 뿜어내는 미세먼지와 더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게다가 석탄발전은 인체에 유해한 대기물질을 기준치의 수십배나 배출한다. 수은의 경우 21.5배, 크롬은 14.2배로 환경부는 집계하고 있다.

노후 화력발전소 한 달만 쉬어도 숨 쉬기 한결 낫네

이와 관련, 현 정부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뚜렷한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나타났다는 조사결과가 최근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진이 지난해 6월 가동이 중단된 강원 영동화력발전소에서 약 7㎞ 떨어진 강릉시 옥천동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내용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발전소 가동을 멈춘 지 한 달 만에 이 마을의 초미세먼지는 3.7㎍/㎥ 감소해 전달에 비해 13~15%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지난 2월 이 같은 내용을 실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미세먼지 농도 감소효과 분석’ 논문에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에 기여하는 바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발전소 가동 중단 조치는 발전소 주변 지역에 대한 초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 위한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한 달이라는 비교적 단시간의 가동 중단 정책에도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수준으로 변화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조사 대상인 영동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이 다른 발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감안하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대기오염에 끼치는 영향은 더 클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준공 이후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곳 중 8곳을 가동 중단한 바 있다. 강릉의 영동 1호기와 2호기도 가동 중단 대상에 포함됐다.

■ 배출기준 강화, 비용대비 효과적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강화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나왔다. 서울대·경희대·창원대 연구진이 정부가 선택 가능한 여러 방안을 비교한 결과를 ‘산업경제연구’ 2월호에 발표한 내용이다.

먼저 ‘목재 펠릿’이 대표적인 바이오매스는 미세먼지 저감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한 영동화력발전 1·2호기의 연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할 경우 연간 초미세먼지 19.2t을 저감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1t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은 57억원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노후 화력발전소 한 달만 쉬어도 숨 쉬기 한결 낫네

두 번째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성능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에는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 520.7t을 7억원 미만의 비용으로 저감할 수 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땔감’을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는 시나리오도 검토됐다. LNG발전은 석탄발전에 비해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주요 대기오염물질을 16~18분의 1 수준으로 적게 배출한다. 이 경우 초미세먼지 저감량은 430t으로 효과적인 편이었지만 비용이 약 71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성능 개선이나 연료 교체 등 없이 ‘배출기준’만 강화한 경우에는 저감량이 연간 1019t으로 높은 데다, 비용도 약 5500만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연구진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9기의 배출기준을 인천 영흥화력발전소만큼 강화해 적용할 경우 이들 발전소의 30년 수명 동안 저감할 수 있는 초미세먼지는 3만566t”이라고 계산했다.

■ 규제 강화해도 초미세먼지는 못 피해

여기서 언급한 ‘영흥화력’ 3~6호기의 경우, 태안이나 보령 등지의 다른 석탄발전소에 비해 3~4배 엄격한 배출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배출이 아예 안된다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환경부에 따르면 영흥발전소는 비슷한 시기 LNG발전소와 비교해 대기오염물질은 4.4배, 미세먼지는 최대 6.7배 더 뿜어냈다.

이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면 비용 대비 효과는 높을 수 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건강을 희생시키는 에너지 정책이라는 비판에 놓이게 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영흥화력발전이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이 서울을 포함해 50~70㎞ 떨어진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비용효과는 한국인들이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 부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금액과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성신여대·단국대 연구진이 작년 발표한 ‘미세먼지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초미세먼지를 1㎍/㎥ 개선하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8만9345~36만2930원 정도로 나타났다. 한국인 평균 가구소득 대비 0.22~0.8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5년 현재 국내 전체 가구수가 1956만가구임을 고려하면 총액은 최저 1조7000억원에서 최고 7조9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3년간 국내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25.96㎍/㎥를 기록하는 가운데 정부는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인 18㎍/㎥로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1가구당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은 53만6070~218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전체 가구로 치면 42조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입된 매몰비용이나 서울시가 미세먼지 고농도 때 대중교통 무료화에 투입한 150억원은 시민들 기대에 비하면 사실 극히 적은 금액일 수도 있는 것이다.

■ 미세먼지 저감에 소극적인 산업계

화력발전에 관해서는 정부 대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 더 큰 초미세먼지 유발자는 따로 있다. 바로 제조업 부문이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자원·환경경제연구’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시멘트 석회 등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 제1차 금속산업, 코크스·석유정제품 등 무연탄을 사용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을 저감하는 규제를 실시할 경우 연간 미세먼지 저감량은 3만8765t에 달한다. 발전 부문에서 30년 동안 줄일 수 있는 양을 단 1년 만에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세먼지 1t당 감축비용 역시 12억5044만원으로, 화력발전의 LNG발전 전환이나 바이오매스 연료 전환의 5~6분의 1 정도다. 연구진은 “산업 부문 미세먼지 다배출 업종을 규제하는 경우 (미세먼지) 감축비용은 상대적으로 효과적이지만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